익명의고스트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THE FINAL ROUND
MDWT/CoC
 
 
크리그어 3
 
GM. IlIIIIII   KPC 목호
 
250712
 
"저기요, 괜찮으세요? 저기요?"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몇 번이나 되묻습니다.
 
이런, 너무 얼빠져 있었네요.
 
너무 터무니없는 상황이라 잠깐 넋을 놓고 있었더니.......
 
눈앞의 사람은 진심으로 당신을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청연:어, 어어... 괜찮, 괜찮습니다. (얼빠진 얼굴로 고개만 꾸벅꾸벅 숙인다.)
아니 사실 안 괜찮은 듯...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청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마지막 순간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몸의 상태는 여느 때보다 좋습니다.
 
자신의 신체를 확인해보세요, 청연.
 
다친 상처는 온데간데없고...
 
컨디션은 최상입니다.
 
청연:내가 지금 꿈을 꾸나? (멍하니 몸 더듬거리다가 자기 뺨 한 대 갈김)
 
당신 앞의 행인이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떨굽니다.
"아니, 진짜, 왜 이러시지...? 어디 아프신 건가요?"
 
청연:아프진 않은데... 혹시 여기가 어디쯤 입니까? 날짜는요? (아프네... 하고 중얼거리며 뺨을 문지른다. 여전히 얼빠진 얼굴로 주섬주섬 장바구니를 주워 건넨다.)
 
:"아, 감사합니다." (얼떨떨하게 장바구니를 받는다.)
"허리케인이라도 만나셨나요? 여긴 중앙관리체제가 있는 안전지대의 중심부잖아요."
"제일 번화가에 있으면서 왜 그러세요?"
 
청연:중...앙관리체제? (그게 뭐꼬?)
저건, 아니 저 사람은 뭡니까? (섹시앰버서더 나왔던 전광판을 가리키며)
 
:"네? 당연히 목호 님이시죠. 설마 모르세요?"
 
청연:아니 알긴 아는데, 내가 아는 거랑은 좀 달라서...
 
순간 당신을 의심하는 눈빛이 스쳐 지나갑니다.
"기억 상실이라도 오셨나... 자, 이게 오늘 날짜예요."
 
행인은 휴대용 전자기기로 연도와 날짜를 보여줍니다.
 
오늘은 당신이 죽은 날로부터 정확히 100년 후입니다.
 
청연:와 기기 신기하게 생겼, 내 인생도 신기하게 돌아가네. (멍청한 얼굴로 화면 쳐다보는 중)
 
:"... 도움이 필요하신 건 아니죠? 제가 지금 좀 바빠서."
 
행인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짧게 말합니다.
"오늘은 죽은 아내가 돌아오는 날 이거든요."
 
청연:... ... ...그러면 빨리 가셔야겠네요. 제가 여기서 더 멍청한 질문을 하면 곤란하시겠어요. (슬슬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아 미간을 주무른다.)
 
머리가 아파옴에 미간을 주무릅니다.
 
당신이 알던 것과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청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청연, 이성 -1.
 
청연은 이제... 무얼 하나요?
 
청연:친절한 시민분을 보내드리고...
...그러게, 어쩌지?
 
지나가는 시민을 다시 붙잡고... 정보를 좀 더 얻어낼 수 있습니다.
 
가령, 100년간 전혀 늙지 않은 목호에 대해서 라던가.
 
청연:미안... 그건 사실 별로 놀랍지 않아.
 
너무 섹시해서?
 
청연:그래, 뭔가 있어서 안 늙은 거겠지. 근데 그냥도 늙은 목호는 별로 상상이 안 가.
네 말도 맞아. 미친...
저자식도 매혹 찍은 거 아냐?
아니 아무튼, 가시기 전에 몇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저자식, 아니, 그, 하.... (말하기 힘들어서 낑낑거림) 목호... 님에 관해서요. 조금만 더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는 지도...
 
친절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다 말고 다시 돌아옵니다.
"이것 참, 곤란한 분이시네요."
"목호 님은 말 그대로 안전지대의 전반적인 관리를 맡고 계세요."
 
행인은 자세히 덧붙입니다.
 
기본적인 정치를 비롯해 법 제정부터 재판까지 직접...?
 
그건 그냥 독재자 아닌가요?
 
청연:이자식이 미쳤나.
 
GM:여기서 핸드아웃, 100년 후의 세계를 공개합니다.
 
즉 그런 뜻입니다.
 
목호는 독재자고, 조금 많이 미쳤습니다.
 
청연:나 질문이 있는데.
나 지금 인간이야?
 
그보다 어떻게 그때와 똑같은 모습인 걸까요?
 
분명 그때, 마지막으로 본 목호는 분명히.......
 
청연:아 알아서 깨달아라?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목호는 분명히 인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글쎄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청연:지금 여기서 팔이라도 죽 긋고 낫나 안 낫나 보면 되는 거 아냐? (명쾌!)
 
말리지 않을게요?
 
물론 당신 앞의 친절한 행인은... 많이 놀라겠지만.
 
아아, 기억상실증이라도 온 사람을 도우려 했더니, 피가 철철 나는 광경을 보고,
 
아내를 맞이하기도 전에 쓰러질지도....
 
청연:아 알았어 알았다고. 안 한다고. 진짜 개뭐라하네. (벅벅)
 
... 설명을 마친 행인이 어딘가를 가리킵니다.
 
도시 중심부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이에요.
 
아, 저곳은...
 
AOC의 건물입니다.
 
:"목호 님이라면 저기 계시겠죠. 아무래도."
 
청연:(두드러기 난 것 같아서 팔 벅벅 긁음) 아 진짜... 뭐 골라도 저딴 건물에서...(중얼)
 
:"근데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으려나...."
"그쪽이 목호 님의 뭐라도 되시나요?"
 
청연:... ... ...아니 뭐, 이젠 아닐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일단 뭐가 있긴 해서 가봐야할 것 같아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oO(무력은 좀 힘들고 치정극 비슷한 거라도 부려볼까)
 
치정극이라면, 어떤?
 
청연:먹버 당했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우리 교양이란 걸 챙겨 볼까요.
 
청연:세상이 나한테 상냥했으면 나도 이딴 짓 안 하고 교양있게 굴었어.
 
아무튼... 목호를 만나러 갈 생각인가 보군요, 그렇죠?
 
청연:그렇지 아무래도.
 
그럼 청연은 AOC 건물로 향합니다.
 
머릿속은 치정극의 내용으로 가득하고요.
 
... 한층 더 세련된 외관으로 단장한 AOC 건물의 입구로 진입하면,
 
당연하게도 그 앞을 지키고 선 사람들이 당신을 제지합니다.
 
목호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이 벽부터 넘어야겠죠!
 
어떤 수단을 써도 좋습니다.
 
청연:교양 있게 굴라며, 진짜 해?
 
교양 있는 방법을 제시해줘요?
 
청연:듣고 결정할게.
 
청연, 당신이 목호의 뭐였죠?
 
아무리 백 년의 시간이 지났다지만, 당신은 세상을 구한 영웅!
 
목호의 유일한 파트너!
 
그 지위를 이용해 보는 겁니다!
 
청연:백 년이나 지났는데 그게 먹혀??
 
그건... 장담할 수 없죠?
 
청연:안 그래도 인간들 배은망덕해서 어제 구해줘도 오늘 왜 이렇게 늦었냐고 뺨 때리는 족속들인데...
백 년이나 지났으면 과장이라고 음모론 인구 수 만큼 늘어났겠다.
 
아니 그럼 나보고 뭐 어떡하라고요.
 
치정극 구경이나 할까요?
 
청연:하... 근데 얘네를 팰 수도 없고.
 
말리지 않을게요?
 
청연: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유혹이나 해볼까!
 
말리지... 않을게요....
 
청연:이건 좀 말리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매혹
기준치: 50/25/10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아시발
아니 저번부터 미친 거 아냐??????????????
 
청연이 되도 않는 매혹을 시도합니다.
 
순간 주변이 침묵에 빠집니다. 아....
 
청연:야 나 상처받으니까
하..
아냐 닥쳐
 
말하란 거야 말란 거야
 
청연:기다려봐 여기 엘리베이터 좀만 써도 됩니까? 별 건 아니고 옥상만 좀 가게.
내가 크리쳐인지 인간인지 지금 증명해보겠다고.
 
청연을 막아선 이 중 누군가가 무전을 칩니다.
"로비에 침입자 발생. 좀... 아픈 사람 같다."
 
청연:마음이 좀 아프긴 해?
 
그리고 청연의 인상착의를 읊습니다.
 
아 별건 아니고 옥상만 가겠다고!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사이, 무전의 답이 돌아옵니다.
 
어딘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연락을 받은 이들이, 경계 태세를 물립니다.
"그... 올라오시라고 하네요."
 
그렇게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을 내어줍니다.
 
청연:아 쪽팔려.
 
저도요.
 
청연:하...................... 근데 진짜 옥상 좀 들렀다 가면 안 될까?
 
그러다 진짜 죽으면요?
 
옥상으로 가는 길도 모르면서....
 
청연:묘비에 수치사로 적히는 거지 뭐...
 
청연이 엘리베이터에 타면,
 
당신을 태운 기기는 빠른 속도로 올라갑니다.
 
목적지는 최상층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벽은 유리로 되어있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네요.
 
청연:내 속도 모르고 반짝거리네...
 
청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마음이 아직 아파.
 
그런 것 같아요.
 
하릴없이 야경을 감상합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100년 후의 미래는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네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수행원이 당신을 안내합니다.
 
최고층의 가장 안쪽 방,
 
소장실이 있던 곳은 이제 목호가 차지했습니다.
 
문득 영문 모를 불안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 수행원이 문을 열면, 청연은 목호와 재회합니다.
 
전면 유리창을 향해 돌아선 뒷모습이 낯익습니다.
 
목호:....
 
인기척을 느낀 듯 천천히 돌아보는 목호의 얼굴에는 화면과 똑같이 안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0년이라는 세월은 정말 실감 나지 않습니다.
 
그야, 청연과 목호는 이렇게나 그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걸요.
 
잠시간의 침묵,
 
청연: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그의 표정을 읽기 어렵습니다.
 
목호:청연.
 
목호가 낮게 청연의 이름을 읊조립니다.
 
그는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감회에 젖은 듯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여전히 그는 표정을 읽기 어렵습니다.
 
가느다란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의 이마를 타고 내려오나 싶더니, 안대 위에 안착합니다.
 
목호:보고 싶었다.
 
청연:으, 씨. (간질거리는 건지 뭔지 모를 감각에 진저리치듯 몸을 비튼다.)
얼굴 좀 치워봐... 제대로 된 말이 안 나오잖아.
 
목호:(눈을 깜빡였다가, 그저 하하 웃어버린다.)
 
청연:꼴이 그게 뭐야?
나 없다고 그새 얼굴 갈아먹기라도 했어?
 
목호:음. (질문에 답하는 대신,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는 것으로 대화를 단절한다.)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싶더니,
 
이내 그대로 손 모양을 바꿔 옆을 가리킵니다.
 
목호:우선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할까.
 
청연:... (게슴츠레 쳐다봄)
너 하는 행동이 재수 없어졌네.
근데 음식에는 죄가 없으니까 먹을게.
 
목호:전에는 재수 있었다는 것처럼 말하는군.
 
청연:그렇게 윗전처럼 굴진 않았던 것 같은데.
 
목호는 그저 웃어 보일 뿐입니다.
 
이 자식, 왜 대답을 안 해?
 
그리고는 청연을 최상층의 식당으로 안내합니다.
 
목호:글쎄. 네가 없던 사이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새하얀 테이블보가 깔린 직사각형 식탁 위로 섬세하게 세공된 은색 식기들이 하나둘 올라갑니다.
 
따뜻한 수프와 바게트,
 
소스와 아스파라거스가 어우러진 폭립스테이크와
 
풍미가 훌륭한 와인까지!
 
접시마다 담긴 음식은 전부 식욕을 돋우는 것들이라, 청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킵니다.
 
그러고 보니 식사를 꽤 굶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먹은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청연:밥 먹으러 나왔다가 세상 구하고 박살났으니까...
 
아무래도.
 
목호는 포크와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며 먼저 식사를 시작합니다.
 
접시가 가볍게 눌리며 테이블 시트가 약간 구겨집니다.
 
디너 테이블의 끝과 끝,
 
확실한 거리감 사이에서 먼저 입을 뗀 사람은 그입니다.
 
목호: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벌써 100년인가....
 
청연:(와구와구) 그 100년이라는 것도 딱히, 실감 안 나던데?
내 상태도 상태고, 너도 너고... (얼굴 힐끗)
 
목호:역시 그렇지.
이 세계에서는 아무도 굶지 않고, 아무도 외로워하지 않고, 아무도 죄를 범하지 않아.
오로지 내 통제와 계산으로만 굴러가고 있으니까.
 
청연:밥맛 떨어지는 얘기 하지마... (으!)
 
목호:안심해라. 네가 목숨과 맞바꿔 지킨 안전지대는, 내가 보호하고 있으니까. (얘기를 멈추지 않고, 그린 듯이 웃어 보인다.)
 
청연:독재겠지... (순식간에 제 근처에 음식들을 깨끗하게 해치우곤 부족한듯 쩝, 입맛을 다신다.)
역시 그 때 충격이 좀 컸나? 좀 돌아버린 것 같은데....
 
목호:독재라니.
그날 네가 몸소 보여준 숭고한 희생을 보고 깨달았다.
나는 이런 세상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내 정의라고 믿어.
 
청연:아니... 난 딱히 그런 숭고한 어쩌구 때문에 그 짓거리 한 게 아니거든.
그냥 그땐 급해서 그랬던거지. 못 본 사이에 한 270도 정도 돌아버렸잖아...
oO(그런데 딱히 싫진 않으니 왜 일까? 얼굴 때문인가...)
 
순간 움직임을 멈춘 목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립니다.
 
목호:아직도 모르겠나?
네가 가르쳐줬잖아?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선 다소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문득 청연은 가벼운 현기증을 느낍니다.
 
만찬 속 와인의 도수가 높았던가요?
 
아니, 당신이 와인에 손을 대긴 했나?
 
화끈거리는 체온,
 
약간의 구토감.
 
확실한 몸의 이상 신호를 느끼는 가운데 목호는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목호:네겐 고마워하고 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지 평생 몰랐을 거야.
그러니까,
 
휘청,
 
청연은 기울어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수프 그릇에 뺨을 처박습니다.
 
새하얀 크림 수프 위로 붉은 포도주가 흐릅니다.
 
아니, 아니죠.
 
이건 청연의 피입니다.
 
눈, 코, 입, 양 귀에서부터 미친듯이 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팔도, 다리도, 마치 육체의 주도권을 잃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목호:그만 좀 찾아와.
누누이 말했잖나. 소중한 너를 죽이는 것도 힘들다고.
 
그가 품에서 총을 꺼내 쏩니다.
 
총알이 당신을 관통합니다.
 
청연이 완전히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어딘가에 통화를 거는 목호의 모습입니다.
 
그는 당신에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GM:핸드아웃, 소원을 공개합니다.
 
청연은 거친 호흡과 함께 눈을 뜹니다.
 
깜빡, 깜빡.
 
이곳은 가정집입니다.
 
커튼 위에는 색색의 싸구려 전구가 당신의 눈꺼풀과 함께 깜빡이며 알록달록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TV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선 B급 클리셰 SF 영화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런, 주인공은 악당의 계략에 당해 수프 그릇에 코를 처박고 죽어버렸네요.
 
목호:그새 잠들었나? 영화가 별로였나 보군.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던 목호가 문턱에 기댄 채 조금 웃습니다.
 
당신의 뺨에 남은 시트 자국이 선명합니다.
 
내내 누워있었나 봐요.
 
목호:슬슬 일어나서 케이크 준비하지.
모처럼의 크리스마스 파티잖아?
 
청연:...크리스마스 파티? 누구랑?
 
목호:당연히 나와, 너다.
설마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
 
청연:아니... 크리스마스에 파티 하기로 한 건 기억하지.
그치만 그건, 이향도 같이 하기로 했잖아.
 
이향도, 같이?
 
그렇게 말했던가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꿈을 꾸기라도 한 것처럼...
 
문득,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청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허공에 뜬 눈동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익숙한 색깔의 눈알은 청색으로 빛나고 있어요.
 
한참 바라보면 천천히 기억의 파편이 돌아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당신에게는 할 일이 있습니다.
 
청연:할 일? 그게 뭔데?
 
그게 뭔데?
 
자문하던 순간, 케이크를 꺼내오는 목호와 눈이 마주칩니다.
 
목호:왜 그러지? 어딘가 가야 할 곳이라도 있나?
 
청연:아마도, 그래야할 것 같아.
 
목호:(케이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가와 당신의 어깨를 짚는다.) 하지만 밖에 눈보라가 저렇게 치는데.
오늘 정도는 쉬어도 괜찮다.
 
청연:손대지마. (으르릉, 짜증을 내며 어깨 위의 손을 쳐낸다.)
뭐 나한테 언제 일이 날씨나 내 사정 봐가면서 오던가...
일단 가야해.... 그런 기분이 들어.
 
목호:... (조용히 쳐내진 손을 바라본다.)
나가지 마.
그냥 여기 있어.
 
청연:이젠 또 명령질이네.
싫어.
 
그가 약간 쓸쓸한 표정으로 소파 옆자리에 앉습니다.
 
푹신한 소파에 잠기듯 기댄 그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읊조립니다.
 
목호:후회할 텐데.
 
청연:와, 이젠 협박까지?
왜? 또 죽이기라도 하게?
 
목호: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아주 많이 아플 거고, 아주 많이 괴로워질 거다.
 
청연:흠... 평소랑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은데. (어깨 으쓱.)
언제 세상이 나한테 상냥했다고.
 
목호:그래....
그럼 대체 무얼 위해 싸우는 거지?
너에겐 정의감도, 숭고한 뜻도,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 따위도 멀어진 지 오래잖아.
이제 도망쳐도 된다.
 
청연:? 그거야 네가 그게 옳다며?
도망치는 건 성미에 안 맞기도 하고. 네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그걸로 됐어.
일을 뭐 생각하면서 하냐. 그냥 하는 거지...
 
네가 그게 옳다며.
 
그 답에 목호가 작은 웃음을 흘립니다.
 
100년 후,
 
크리쳐는 사라졌지만, 세계는 이전보다도 기이해졌습니다.
 
목호는 이상해졌고, 기억은 여전히 엉망진창입니다.
 
그런데도 싸운다면,
 
목호:... 네 답이 그거라면.
 
순간 실내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집니다.
 
문 앞의 조명을 제외하고요.
 
소파에 앉은 목호는 당신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지금부터는 오롯이 당신 혼자만의 싸움이에요.
 
청연:파트너가 이상해졌으니까 가서 좀 패서 제정신으로 만들어줘야지.
사적인 복수도 좀 하고? 간만에 맛있는 것좀 먹나 했더니만... 먹는 거로 장난이나 치고 이 개자식이.
그래도 혼자는 오랜만이니까, 조금 쓸쓸하네.
 
개자식은 아무 말도 않습니다.
 
다만 단단하고 굳게 닫힌 현관문은,
 
청연이 손잡이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쉽게 열립니다.
 
청연, 여기서 나가면 돌이킬 수 없어요.
 
그래도 떠나나요?
 
청연:여기 있어봤자 뭘 하겠어?
난 아직 크리스마스 선물 뭐 줄 지도 생각 못 했다고.
 
그렇다면,
 
청연: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문고리를 돌릴 때 작은 목소리를 듣습니다.
 
목호:잘 다녀와.
 
목호의 목소리를요.
 
이번에야말로 거센 기침과 함께 눈을 뜹니다.
 
시야가 어둡고, 여긴 정말......
 
엄청나게 춥네요!
 
누워있는 바닥은 이상하게 불편하며,
 
퀴퀴한 냄새까지 납니다.
 
어둠에 양 눈이 익숙해지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립니다.
 
익숙해진다고 해도, 여전히 팔다리가 무거워 마음껏 움직여지지 않지만요.
 
청연: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죽겠다...
 
젠장, 어떻게 해도 안 움직여집니다!
 
그런데 잠깐, 이거 팔 아닌가요?
 
설마 지금 시체 더미 위에 올라가 있는 건가요?
 
청연: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청연, 이성 감소 없음.
 
청연:시체고 나발이고 진짜...
 
진짜?
 
청연:방금 내가 죽었다 깼는데 시체가 문제야?
 
... 이상하게도 시체들은 전혀 부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청연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죠.
 
한참을 씨름하던 그때,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손전등 같은 조명이 켜집니다.
 
작은 조명을 든 사람은 무언가를 찾는 듯 시체 더미를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청연, 어떻게 하죠?
 
청연:뭘 어떡해. 도움 요청이나 해야지...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르면서?
 
청연:적이면 내 손에 죽는 거고, 아님 내가 또 죽거나.
아군이면... 살겠지? 그게 누구든 간에?
 
꼼짝도 못하는 주제에 입만 살았군요.
 
좋습니다. 도움을 구해보죠.
 
청연:죽을 순 없잖아.
뭐 찾아? 내가 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날 좀 꺼내준다면?
 
청연의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게 공간에 울려 퍼집니다.
"...."
 
이윽고 조명이, 곧게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상대가 당신을 찾아냅니다.
 
낯익은 이목구비는 분명히......
 
제노:여기 계셨네요.
 
제노입니다.
 
청연: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고슴도치 잖아.
하... 역시 이 오래비를 구하러 왔구나.
 
청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역시 우리 고슴도치야, 이 오래비를 구하러 왔구나?
 
제노:....
 
그리고 제노가 손에 든 주삿바늘이 번뜩입니다.
 
청연:타임.
그거 뭐야?
 
제노:주사기요. (짧게 답한 뒤 당신의 군복 소매를 걷는다.)
 
청연:무슨 주사기??
나한테 쓸거야?????
 
제노:(날카로운 바늘을, 번쩍! 들어올린다.)
따끔해요.
 
청연:잠깐만내가뭘잘못했는진모르겠지만아니사실많이잘못했지이자리를빌어서다사과할게그게무슨주사인지만좀알려주면오빠가군소리안하고
 
제노:시끄러워....
 
그렇게 중얼거리곤, 주삿바늘을 사정 없이 쑤셔 넣습니다.
 
청연:너 오빠한테 말 버릇이 그게 뭐
악!!!!!
 
제노:제발 조용히 좀, 하세요. (주둥이를 찰싹 때리곤, 주사기 안의 액체가 완전히 주입된 것을 확인한 뒤 떨어져나간다.)
 
청연:간만에 본 나한테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니.
 
... 이윽고 뻣뻣하던 당신의 몸에 금세 힘이 돌아옵니다.
 
제노:해독제예요.
 
청연:맞다 나 독 먹었지.
 
조명 빛에 의지해 현재 있는 곳을 확인해본다면, 이곳은 산더미같은 시체의 산입니다.
 
제노:청연 씨께 부탁드릴 것이 있어요. 그래서 찾아온 거예요.
 
청연:나 살아난 거 알았어? 어떻게? (주섬주섬 자력 탈출하는 중)
 
제노:제가 모르는 건 없어요. (우쭐!)
 
청연:그치... 우리 제노가 모르는 건 없지. (수긍)
나 뭐할까? 말만 해다오... 전에도 어떻게든 해달라는 거 다 해줬잖아. (짱!)
 
제노:... 상태를 보니 전부 설명해야 할 것 같네요. (한숨)
 
청연:(헤헤)(머리 벅벅)
 
제노:우선... 청연 씨가 죽은 이후에도 목호 씨는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았어요.
그 직후에 크리쳐도 아닌 인간들에 의한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거든요.
 
청연:배은망덕한 놈들... 몸 갈아가면서 살려줬더니만.
 
제노:그들 입장에선 AOC가 배신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아무튼 그때부터 목호 씨가... 조금 이상해졌어요.
스스로 안전지대의 관리자를 자처하더니, 반대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숙청해버렸어요.
 
청연:걘 원래도 좀 이상하긴 했
조금이 아닌데?
 
제노:(동의의 끄덕임) 무언가 이상한 힘을 얻은 것 같아요.
그날 이후 완전히 폐허가 되었던 안전지대도 하루 만에 수복되더니,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어요.
죽은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만드는 기술 따위 들어보지도 못했다고요.
 
청연:(움찔)(몸 더듬는 중)
혹시 그거 피도 나고 그래?
 
제노:... 바보.
안심하세요. 청연 씨는... 그래, 당신은 안드로이드가 아니니까.
 
청연:음...
나 질문 있는데.
그럼 너희는?
 
제노:...
 
청연:제발 아니라고 말해.
 
제노:미안해요.
제노는 100년 전 그 싸움에서 당신과 같이 죽었어요.
지금 이렇게 존재하는 건, 실버가 간곡히 원했기 때문이에요.
그는 당신과 같은 크리쳐였기에 죽지 않고 홀로 남았거든요.
 
청연:타임...
타임!!!!
잠시만 기다려봐. 나 마음의 준비 안 됐어.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제노:(가만히 기다린다. 가만히.)
 
청연:(마른 세수를 하다가) ...혹시 이것도 꿈인가?
리셋 한 번 하면 깰 거 같은데?
 
제노:... 대답해드릴까요? 아니면 계속 기다릴까요?
 
청연:나 잠깐만 자살하고 올게.
 
제노:그러지 마세요. 그럼 제가 다시 청연 씨를 찾아야 하잖아요.
 
청연:하... 미안. (소리 없는 비명 지르다가 뚝 멈춤)
실버는 크리쳐라 계속 살았다고... 그럼 목호는?
 
제노:잘 모르겠어요. 이상한 힘과 연관된 건 확실해요.
그 이상의 정보는... 아직 얻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청연:나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진짜...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하고 일어났더니...
...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내가, 내가...
내가 미안해.
 
제노:...
미안해요. 난 청연 씨껜 진실만을 말하게 프로그램되어 있어요. 그게 입력된 제노의 데이터예요.
제가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나요?
 
청연:음, 그전까진 네 탓이 아닌데... 지금은 좀 상처 받았어.
미안한데 아직까지 네가 안드로이드란 걸 별로 자각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생각하기엔, 너도 제노니까.
 
제노:(입만 벙긋거렸다가, 말하길 포기한다. 가라앉은 표정이 꼭, 당신이 처음 구했던 어린아이의 것 같다.)
 
청연:미안해. 사실 네가 말하기 전에도 좀... 혼란스러운 상태였거든.
그래서 좀, 힘들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나한테 부탁할게 뭐라고?
 
제노:제가...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
... 청연 씨께서 제가 안드로이드란 걸 별로 자각하고 싶지 않다는 명령과 충돌해요.
그리고 제 기분도 별로, 좋지 않네요.
 
청연:그것도 명령은 아녔는데,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뭔데?
 
제노:... 저는 제가 제노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실버도 이런 말을 하면 화를 내요.
아시겠어요?
제가 살아났기 때문에 더 불행해졌다고요.
그러니까... 저는 청연 씨도, 실버도 소중하게 여기니까...
더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청연:하지만 너도 제노이고 싶은거지. 제노로 살고 싶은거잖아.
그야 그렇지 않았으면, 살아났기 때문이란 말도 안 썼겠지.
 
제노:청연 씨는 백 년의 시간이 흘러도 여전하시군요. (조금 차가운 손이, 당신의 것을 맞잡는다.)
백 년이에요. 백 년. 제가 그 자식 성질머리를 받아준 게 어언 백 년이라고요.
이제 파트너를 바꿀 때도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작게 웃어 보인다.)
 
청연:내 파트너도 좀 돌아버린 것 같던데. 기왕 이렇게 된거 빨간머리 놈들끼리 파트너 하라고 할까? (부러 농담처럼 가볍게 이야기한다. 마주 웃고 싶어도 잘 되지 않아서 더 가볍게.)
난 아직 백 년 안 버텨줬잖아.
 
제노:.......
정말 고마워요. 매번 날 이렇게 대해줘서. 진짜 제노처럼 대해줘서.
그치만... 이건 저만의 의견이 아니에요.
 
제노가 문 쪽을 턱짓합니다.
 
제노 외에도 세상을 떠나지 못한 망자들이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습니다.
 
제노:중앙 관리 체제를 부수는 것만으로도 과거에 사는 우리는 죽을 수 있어요.
산 자들에겐 미래가 생기는 거죠.
 
청연:...그래서? (겨우 파들거리며 끌어올렸던 입꼬리가 내려간다.)
나보고 너를 죽이라고?
 
제노:단순히 지금의 저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새로운 몸으로 다시 만들어질 테니까....
저는 프로그래밍된 명령 때문에 중앙 관리 체제를 부수지 못해서, 청연 씨를 기다렸어요.
 
청연:그 체제인지 뭔지를 부수라는게 결국 너를 죽이라는 말이잖아.
나 정말로, 상처 받은 것 같아.
좀 울 것 같은데... 울어도 돼?
 
제노:그럼 달래드릴게요, 뭐.
 
청연:나 진짜 빈말 아닌데. 농담 아냐... (훌쩍거림도 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네 부탁 들어주기 싫은 것도 드문 일이다 정말로.
하기 싫어.
 
제노:(눈을 꿈뻑거리다가, 조용히 옷소매를 당겨 눈물을 닦아준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해요.
할 수 있어요.
난 청연 씨를 믿으니까...
그만큼 강한 오빠잖아요. 그렇죠?
 
청연:믿지 마. 내가 뭐가 강해?
결국 너 하나 제대로 못 지키고 돌아오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세상을, 그녀석을, 너를...
힘들다. 나는 그냥 너희가 무사했으면 좋겠어서 한건데, 결국 제대로 한 게 없네. 내가 그렇지 뭐... (허탈한 웃음소리)
겨우 다시 살아났는데 세상이 벌써 100년이나 지났대. 그동안 내가 뭐 얼마나 다시 살아났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이번이 처음 같은데, 너희는... 그나마 아는 사람이라곤 너희 뿐인데, 난 이제 어쩌지?
 
제노:무사했어요. 덕분에 우린 안전지대를 지켰어요. 무려 신을 쫓아냈다고요.
그리고 지금, 다시 청연 씨의 도움이 필요해요. (양손으로 당신의 볼을 잡고 시선을 마주한다.)
우리 미래를 살아가요. 제 몫까지 미래를 살아주세요. 진짜 백 년 뒤의 세계를 봐주세요. 그리고 언젠가 함께하게되면... 그때 영웅담을 들려주세요.
제발. 동생 마지막 부탁, 들어줄 거죠?
 
청연:왜 이렇게 나한테 잔인해?
아무리 세상이 나한테 다정한 적이 없다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 내가 뭘 잘못했다고.. (드물게 눈물 젖은 녹색 눈이 일렁인다.) 최악이야... 난 어제 너랑 세상도 구하고 너도 구하고 그런 약속한거나 다름 없다고. 어떤 오빠가 동생을 죽이는 부탁을 들어주는데? 너희가 날 최악의 것으로 만들고 있잖아...
이런 걸 하려고 다시 일어난게 아니야.
 
제노:아니야, 최고의 오빠예요. 이건 청연 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청연 씨는 지금 제 삶을 구하고 있는 거예요.
 
청연:그럼 나는 누가 구해줘?
 
제노:그만 징징거려요, 오빠면서. (뺨을 아주 약하게 꼬집는다.)
일을 잘 마치고 언젠가 곁에 오면 실컷 칭찬이라도 해드릴게요.
 
청연:나도 좀 칭얼거릴 수도 있지. 아직 덜 끝났는데. (훌쩍...)
하기 싫다고 해도 안 봐주잖아. 진짜 세상 꼬라지 잘 굴러간다...
 
제노:저는 오빠를 강하게 키우는 편이라. (눈물을 박박 닦아주곤 우쭐한다.)
 
청연:상냥하게 대해달라고. (우쭐해하는 얼굴과는 대비되게 울상이다.)
 
제노:요구사항도 많네요. 착하다, 착해. 아주 멋진 오빠예요. 최고. (건성으로 말하며 까치발을 들곤 당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청연:내가 원래 요구사항도 많고 손도 많이 가.
그치만 하라는 거 열심히 하잖아... 잘은 못 해도. (쓰다듬기 편하게 몸 수그림.)
이번에도, 노력할게.
 
제노:(한결 편한 자세로, 당신의 머릿결을 따라 살살 쓰다듬는다.) 응. 믿고 있을게요. 청연 씨는 늘 잘해왔으니까....
 
청연:내가 정신 차리라고 그 빨간머리 놈들도 네 몫까지 패줄게.
근데 실버가 이만치 살았다는 건 나도 그런다는 거 아냐? 일 열심히 하고 칭찬 받기까지 너무 길잖아...
 
제노:그럼 뭐, 남의 돈, 칭찬 받기 쉬운 줄 알았어요? 어른답게 구세요.
 
청연:힝 입니다.
 
제노:이쪽은 흥, 이네요. (조금 삐죽인다.)
아무튼... 하늘에 뜬 박스를 보셨나요? 그 안에 모든 전력을 공급하는 '중앙 관리 체제'가 있어요.
그걸 부숴주세요.
 
청연:그런게 있던가... (벅벅)
씁, 그때 썼던 건 그런 건 이제 못하는데.
나 총도 없어... (빈 손 보여줌) 복귀 미션 한 번 빡센 걸.
 
우선, 모든 정보를 전해 들은 청연,
 
청연: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청연, 이성 -1.
 
청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이야기의 내막에 제삼자가 관여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청연과 목호를 알고 있고,
 
말도 안 되는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자.
 
2부에서 만난 미고입니다.
 
청연:집에 간다며 미친새끼야...
 
제노:무기는 제가 준비했어요.
 
제노가 청연에게 라이플을 제공합니다.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청연:크리쳐라곤 이제 둘 밖에 없을 텐데 용캐 이런게 남아있네.
 
제노:(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탄환의 수가 적어서... 중앙 관리 체제를 파괴하는 데에만 사용해 주세요.
만약 전투가 일어난다면... 이거. (단도 하나를 건넨다.)
 
청연:(단도 주섬주섬 챙김) 근데 혹시 이거 목호한테서 훔쳐온거야?
왜냐면... 아까 이거 한 발 맞은 것 같아서...
 
제노:어떨 것 같은데요? (우쭐!)
 
청연:좀 더 쌔벼봐, 열받으라고.
아, 이거 남아있던 것도 자꾸 내가 살아 돌아와서 죽이려고 남겨둔 건가... 나 그렇게 많이 찾아왔어? 하나도 기억 안 나네.
 
제노:별로 대답하고 싶은 질문은 아니네요.
아무튼... 중앙 관리 체제에는 반경 1km의 강력한 쉴드가 펼쳐져 있어요.
그걸 부수기 위해서는 안전지대의 남쪽과 북쪽, 총 두 곳에서 쉴드의 약점을 파괴해야 해요.
민간인에게 방해받거나 목격되지 않는 곳, 그리고 탄환의 사정거리 내에 있는 곳은...
여기예요.
 
각각 (구) AOC와 X제약 회사의 옥상입니다.
 
청연:미안한데 나 속이 또 메스꺼워.
건물 좀 밀으라고.
 
제노:등 두드려드려요?
 
청연:우웨에엑...
나 건물 둘 다 트라우마 있어.
 
제노:너무 강하게 키우나. (중얼)
 
청연:날 좀 소중히 대해줘.
 
제노:네, 소중한 청연 씨, 지금 위치가 AOC 건물 지하예요.
이쪽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네요.
 
청연:말이라도 고맙다. 이새낀 왜 건물은 안 밀었대? 진짜 짜증나게...
 
제노:폭파된 A시도 복구된 상태예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제약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네요.
무운을 빌어요.
 
청연:나 혼자 조뺑이 치라고? 인생 진짜 쉽지 않다.
그치만 해야지 뭐 어떡하겠어... (이영...차, 하고 겨우 힘줘서 일어난다.)
 
제노:(일어난 당신의 등을 살살 떠민다.) 자, 이제 빨리 움직이세요.
... 안녕, 우리 되도록이면... 아주 늦게 다시 만나요.
 
청연:싫어. 완전 빨리 만날 건데? (툴툴 거리면서도 걸음을 옮기는 데에는 망설임이 없다.)
 
제노:하여간 성질머리하고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은 제노가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건물의 층수는 100년 전 그대로 36층이며,
 
청연은 지하 1층의 안드로이드 폐기 창고에서 옥상까지 올라갑니다.
 
100년 전의 사람인 당신을 알아볼 사람은 없으리라 안심하고 있나요?
 
안타깝게도, AOC를 지키는 안드로이드들은 지금부터 청연을 보면 공격합니다.
 
GM:옥상으로 올라가며, 청연은 상승 판정을 합니다.
 
청연, 위로 향합니다.
 
청연:
기준치: 45/22/9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청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청연은 회의가 끝난 회의실에서 자료를 획득합니다.
 
현재의 안전지대를 관리하고 안드로이드를 운영하는 것은 중앙 관리 체제라는 기계입니다.
 
내부 구조는 청연이 가진 지식으로 알아보기 힘드나,
 
막대한 마력이 소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요, 최소한 작은 나라의 국민이 가진 마력의 총량만큼은 있어야.......
 
중앙 관리 체제가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게 안전지대 시민들의 마력을 원동력으로 삼아 돌아가고 있던 건가요?
 
문득, 올라가며 지나친 안드로이드를 떠올립니다.
 
목호답지 않은 기이한 발상입니다.
 
청연: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거 진짜 제정신 아니네...
그런 거 싫다고 나랑 다 뒤집어놓고서.
 
GM:청연, 이성 감소 없음.
운 +10.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청연:
기준치: 55/27/11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청연은 25명의 안드로이드와 조우합니다!
 
GM:약식 대항 전투와, 특수 스킬을 공개합니다.
특수 스킬 매크로를 공개합니다. 전투 중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청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청연은... 순간 그들을 인간이라고 착각합니다.
 
그 정도로 정교한 안드로이드예요.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로 살아난 생명.
 
... 청연은 지금부터 옥상에 도착할 때까지 발생하는 모든 전투를 피할 수 있습니다.
 
도망친다고 선언하면, 반드시 대미지가 발생하지만, 쫓아오는 안드로이드를 따돌릴 수 있습니다.
 
어쩌면 청연은 처음으로 누군가를 해치지 않고 상황을 해결할지도 모르겠네요.
 
청연, 어떻게 하나요?
 
청연:내가 그렇게 상냥할 것 같아?
미안한데, 내 사람이 아니면 딱히 죄책감이라던가 들진 않거든. 이쪽도 좀 간절해서 말이야. 그냥 쉽게 가자, 몸 사려야 해서.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청연:눈의 검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피해: 7
아 신기한 거 써보고 싶다고
분위기 파악해라
 
GM:청연, 행운 -4
공격에 성공합니다.
추가 대미지 3.
 
청연이 단도로 순식간에 13명의 안드로이드를 베어버립니다.
 
GM:남은 안드로이드, 12명.
 
안드로이드:
rolling 1d5
 
(
1
 
)
 
 
=
1
 
우르르 몰려드는 안드로이드들의 공격에 청연이 살짝 스칩니다.
 
따꼼!
 
청연:어, 따거. (긁적...)
 
청연:눈의 검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청연이 13명의 안드로이드를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듭니다.
 
깔끔한 마무리네요.
 
모든 적이 마치 망가진 마네킹처럼 무너져내립니다.
 
GM:청연, 행운 +10.
 
청연:아 걸리적거려...
기준치: 61/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청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19명의 안드로이드와 마주합니다!
 
청연:아까보단 적네 뭐...
눈의 검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8
 
청연의 공격에 17명의 안드로이드가 녹아내립니다.
 
GM:남은 적, 2명.
 
안드로이드:
rolling 1d5
 
(
1
 
)
 
 
=
1
 
남은 이들의 발악이라도 되는 걸까요,
 
청연의 피부가 살짝 찢어집니다.
 
아야.
 
청연:모기라도 여러방 물리면 따끔하구나...
 
청연: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GM:행운 -4.
공격에 성공합니다.
 
13명의 안드로이드를 베어버립니다.
 
전부를 쓰러트리고도 남네요.
 
GM:행운 +10.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겠습니다.
 
청연:제발 올라가자 제발.
기준치: 67/33/13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안 된대.
 
이것도 재주예요.
 
청연:억울하다.
 
GM:22명의 안드로이드가 앞을 막아섭니다!
 
청연:눈의 검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7
 
청연의 공격에 15명의 안드로이드가 마치 눈처럼 녹아내립니다.
 
GM:남은 적, 7명.
 
안드로이드:
rolling 1d5
 
(
4
 
)
 
 
=
4
 
덤벼든 녀석들이 청연을 깔아뭉갭니다.
 
다수에 장사 없음. 청연은 순간 압박감을 느낍니다.
 
청연:눈의 검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9
나 이제 힘들다 진짜... 뭐가 이렇게 많이 나오지.
 
22명의 안드로이드들을 치워버립니다.
 
진작에 이럴 것을.
 
GM:행운 +10.
 
위로, 계속해서 위로....
 
청연:제발을 제발이라고
기준치: 67/33/13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청연: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는 안드로이드들을 피해 문이 열린 자료실로 들어갑니다.
 
징그러울 정도네요.
 
청연: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약 100년 전에 있었던 일이 적힌 자료를 획득합니다.
 
100년 전, 크리쳐를 신으로 모시던 사이비 종교의 테러로 인해 신정부와 안전지대는 한 번 더 괴멸되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인류를 구원한 것은 목호라고 하네요.
 
그는 직접 무너진 도시를 수복하고, 죽은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되살려냈습니다.
 
... 무언가 위화감이 들어 자료를 천천히 살펴보면,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안전지대가 파괴된 날짜와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시작한 날짜가 너무나도 가깝습니다.
 
적어도 평범한 수단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요.
 
이런 건 이상해요.
 
목호가 꼭, 옛 정부나 AOC의 상관들처럼 멀게만 느껴집니다.
 
청연: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이성 감소 없음.
 
청연:걔 지금 진짜 이상하다니까.
근데? 평소에도 딱히 제정신은 아녔어.
역시 줘패서 평소로 되돌리는 수 밖에...
 
목호를 줘 패서 되돌리기 위해
 
위로 올라갑니다....
 
청연:
기준치: 67/33/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청연: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청연은 AOC의 군복을 입은 사람과 조우합니다.
 
그는 당신을 보고 크게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집니다.
 
청연:뭐야?
 
거의 유령이라도 본 듯한 반응이에요.
"또, 또 살아나 버린 건가요."
 
청연:그래 좀 살아났다, 어쩔래.
 
:(패닉에 빠진 듯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는다.)
"이상해요, 이건 이상하다고요."
"당신의 시체를 처리한 건 저였는데, 분명히 죽은 걸 확인했는데,"
 
청연:날 거기다 버린게 너야? 고맙다 덕분에 일어나자마자 기분이나 잡치고.
(괜히 발로 툭툭 침...)
내가 되살아나는 거 꽤 봤나봐? 난 너 같은 놈 기억도 안 나는데.
 
:(히익, 숨을 들이켜고 비명처럼 외친다.)
"분명 저번엔 불에 태워 재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했다고요!!"
"당신, 사람 맞아요? 대체 정체가 뭡니까?!"
 
청연:그래서 기억이 안 나는 건가... 멀쩡하게 일어날 몸을 못 남겨서? (제 머리를 툭툭 치다가)
사람? 아니라고 하면 네가 뭐 어쩌게? (노골적으로 비웃는다.)
 
상대는 비웃음에 정신을 차린 듯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립니다.
 
재로 만들어버린 사람이 살아났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더는 회복력이라고 부르기 힘든 정도인걸요!
 
청연: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이성 감소 없음.
 
청연:근데 이제와서 별로 놀랄 건 아니지.
이런 거로 하나하나 다 놀라면 내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걸.
 
그 말도 맞죠.
 
강심장 청연, 계속해서 옥상을 향합니다.
 
청연:
기준치: 67/33/13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청연:
크기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조심스럽게 다음 층으로 향하면,
 
당신의 뒤통수에 무언가 닿습니다.
 
청연:아이 씨.
 
:"양손을 들어. 허튼 생각하지 말고."
 
청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상대가 웃음을 참고 있습니다.
 
당신은 목소리의 주인을 이미 알아요.
 
청연:하...
머리 밀어버린다.
 
실버:만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참 곱기도 하다. (투덜거리며 총구를 치운다.)
 
청연:내가 왜 너한테 곱게 말해줘야 하는데?
 
실버:제노는 잘만 대하면서!
이거 차별이야.
 
청연:제노는 제노고 너는 너잖아. 그럼 뭐 너도 귀여워 해달라고? (으!)
(너무 징그러워서 한 대 후려갈김)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실버의 머리를 후려갈깁니다.
 
실버:(아야! 맞은 부위를 감싸쥐며 인상을 찡그린다.)
나도 당신한테 그딴 대접 받는 건 사절이거든? (으!)
... 아무튼, 당신을 보면 제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청연:아~ 나도 몰라.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린다.)
왠지 일어나니까 아무것도 모르겠고 온 세상이 별천지로 보여서 룰루랄라 목호한테 갔더니 밥에 독이나 타고.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개자식.
 
실버:(룰루랄라....) 제대로 말 안 해줄 거라면 됐어, 꼴은 엉망이 돼가지고....
응급처치
기준치: 50/25/10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알아서 치료해라.
 
청연:황당하다.
걱정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실버:한대 쥐어 박혀서 그런가, 잘 안되네. (쯧, 혀를 찬다.)
 
청연:(한 대 더 후려침)
 
실버:아!! 미쳤어 진짜?!
기껏 그냥 보내주려 했더니, 이딴 식으로 대하기야?
 
청연:그냥 안 보내주면 어쩔건데. 싸우기라도 하게?
제노한테 다 일러야지.
 
실버:어 그래 일러라 일러 이 일름보야! 아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일러바치지 그래?
 
청연:어 안 그래도 다 이를 거다, 왜.
나 없는 사이인지 아무튼 내가 기억 못하는 그 새에 제노한테 어리광이란 어리광은 다 부렸더만? 이제 짜증난다고 더 안 받아준댄다.
내 파트너 해야지.
 
실버:어리...! 그딴 거 부린 적 없어!! 그리고 누구 마음대로 파트너를 바꾸네 마네야?!
당신은 그렇게 말할 자격 없어! 당신 하나 찾으려고 제노가, (욱해서 땍땍거리다가 순간 말을 멈춘다. 혀를 차고 고개를 모로 돌릴 뿐이다.)
 
청연:제노가? 뭘 어쨌는데. 왜 말을 하다 말아. (좀 전과 표정은 별 다를 바가 없지만, 어쩐지 경직 되어 보인다. 가벼운 태도를 취해도 가슴이 따끔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실버:... 됐어. 당사자 입에서 듣는 게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빨리 갈 길이나 가. 아무도 못 봤다고 보고할 테니까.
 
청연:참나, 그렇게 굴어도 변하는 건 없어.
다시 제노 만났을 때 다 이르고 파트너 교체식 할거니까, 빨간머리 놈들끼리 치고박고 잘 해보라고. (겨우 너스레를 떨며 실버를 지나쳐간다.)
 
파트너 교체식을 위해 청연이 발걸음을 옮기면,
 
떠나가는 뒤에 대고 실버가 묻습니다.
 
실버:당신은...
당신이 만난 제노가 진짜라고 생각해?
 
청연:뭐... 동생이 둘이 됐나 했지.
내 손은 두 개니까 둘 다 잡아줄 수 있겠네.
 
대답을 들은 그의 표정이 조금 심란해집니다.
 
진짜와 흡사하지만, 진짜가 될 수 없었던 소중한 사람의 안드로이드.
 
이윽고 실버 또한 등을 돌려 떠납니다.
 
... 청연의 대답은 제법 흥미롭네요!
 
두 손 다 비어버릴 텐데도요.
 
청연:...조용히 안 해?
 
여러 사건을 겪은 뒤에야 청연은 간신히 옥상에 도달합니다.
 
이 세계는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그렇게 단언할지도 모르겠네요.
 
육중한 철문에는 엄중한 보안장치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작 이런 장치로 당신의 침입을 막을 수는 없겠죠.
 
청연은 손쉽게 침입합니다.
 
회청색 세계 위,
 
눈이 휘날리는 허공에는 정육면체의 기계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익숙한 뒷모습입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청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제노가 대답하지 않았던 무언가.
 
실버가 삼켰던 말.
 
당신은 그것을 깨닫습니다.
 
청연?:오.
 
이곳은 클리셰 SF 세계관.
 
청연:아, 진짜 별...
 
죽은 사람은 필요에 의해 안드로이드로 되살아나는 세계입니다.
 
그런 세계에, 최강의 군인이었던 당신만이 없을 리가 없잖아요?
 
지금의 안전지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중앙 관리 체제라면,
 
청연?:꼭 한 번쯤 만나보고 싶었어.
아니, 붙어보고 싶었다는 쪽에 가까우려나.
 
당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가볍게 웃습니다.
 
허름한 AOC 군복을 입은 당신과 대조적으로,
 
깨끗한 군복을 입은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은 듯 오른쪽으로 길게 스트레칭합니다.
청연:분위기에 초쳐서 미안한데 나 너무 징그러워서 토할 것 같아...
우웩...
 
청연?:으, 그런 건 어디 딴 데 가서 하지.
 
청연:야 솔직히 너도 내 입장이 되면 당장 토하고 싶을 걸??
 
청연?:그리고 너도 내 입장이 되면 더럽다고 느낄걸.
 
청연:개빡치게 굴지마...
진짜 이거랑 싸우라고? 진짜로? 목호 이자식 미친 거 아냐?
 
청연?:당연한 거 아냐? 나한테 주어진 명령은 중앙 관리 체제를 지키는 거라고.
진짜의 실력을 좀 볼까.
먼저 안 움직이면, 내가 공격한다?
 
청연:내 인생 왜 이러지 진짜?
근데 그럼 너도 한 100년 살았나? 제노랑 같이??
내가 이기면 네 기억 모듈 내꺼다. (갑자기 의욕이 샘솟는다. 선빵필승!)
눈의 검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청연?: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GM:총 데미지 5.
 
청연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뻗은 안드로이드의 팔이, 눈처럼 녹아내립니다.
 
상대가 날랜 몸놀림으로 뒤로 물러납니다.
 
청연?:모듈을 얻어도 도움은 안 될걸. (녹아내린 부위를 살핀다.)
이해가 안 돼? 나에게 주어진 명령은 체제를 지키는 거야.
자꾸만 반항하는 그 아이를, 내가 몇 번 부쉈을 것 같아?
 
청연:(―뚝.)
뭐?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이 개자식아.
 
청연?: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GM:청연, 반격 또는 회피.
 
청연: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청연의 단도가 반대쪽 팔에도 상처를 입힙니다.
 
청연?:와, 이거 쉽지 않네.
100% 복원되지 않아서 그런가....
왜 그래, 목호의 도움이 되고 싶었던 거 아냐?
 
청연:그딴 건 내가 세상 구하고 박살났을 때 유통기한 끝났거든?
기껏 몸 갈아가면서 해달라는 대로 세상 구해주고 했더니 이 빌어처먹을 놈의 세상이 진짜... 온갖 엿이란 엿은 다 주네. 너도 오늘 박살내준다, 내가.
(뿌득, 이를 가는 얼굴은 겉보기로는 평소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걸 보통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 하던가? 대충 그런 감정을 담아 단도를 든 팔을 재게 놀린다.)
눈의 검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청연?: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총 대미지 5.
 
거의 반파된 당신이, 안드로이드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삐걱삐걱 자리에서 다시 일어납니다.
 
청연?:아프다... 와, 이렇게 매정할 일이야? 자기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근데 나라도 안 봐줬을 듯.
 
청연:내 얼굴인게 무슨 상관인데.
하... 이거 뭐 입 부터 부숴놔야하나. 빡치게 굴지말고 빨리 죽어.
 
청연?: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피해: 7
 
GM:청연, 반격 또는 회피.
 
청연:
단도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8
 
청연의 단도가 급소 깊은 곳에 정확히 박혀들어갑니다.
 
그 공격을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 청연은
 
차가운 옥상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무너져갑니다.
 
그것은 가동을 멈춰가며 계속해서 말합니다.
 
청연?:정말 중앙 관리 체제를 부술 거야?
안드로이드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이 있는데도?
 
청연:하하. 뭐 내 알바야? (경멸을 담아 비웃으며 그 꼴을 내려본다.)
이해는 해. 나도 제노가 없어지는 건 싫으니까. 그치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죄다 뒈지던가 뭐 알아서 하라고 해.
내가 언제 일일이 사정 봐가면서 해줬다고.
 
청연?:백 년 전 영웅이라곤 믿기지 않는 말본새네.
네가 알량한 정의감 따위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비참한 현실보단 꿈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청연:그딴 생각을 했으면 네가 지금 나를 영웅이라고 불렀을리가.
 
청연?:그것도 그런가....
 
청연:그리고 누가 열받게 내 허락도 안 받고 너 같은 걸 만들래?
기분 나쁘게.
 
하지만 이 기분 나쁜 안드로이드 청연 역시 그가 생각한 정의를 위해 이곳을 지켜왔습니다.
 
목호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 쉴드를 부술 수 있습니다.
 
청연:간만에 총 좀 쏴보네. (여태까지 짐처럼 들고만 있던 라이플을 고쳐든다.)
죄다 엿이나 먹으라지.
 
죄다 엿이나 먹으라지.
 
탄환에 맞은 쉴드가 유리처럼 깨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안드로이드 청연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밉니다.
 
청연?:미고의 전언이야. 나를 부수는 사람에게 전하라고 했어.
만나봐서 알겠지만, 목호는 너를 너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 역시 청연이라고 인정받지 못했지만.
 
청연:그 개자식 아직 안 죽었냐? (탁, 하고 거칠게 내미는 것을 잡아챈다.)
목호는... 됐다. 지금 최고의 짱돌 주먹을 들고 너에게로 간다... 쉴드만 마저 부수고.
 
청연?:하나 묻자.
너는 내가 가짜라고 생각하겠지.
그렇다면 네가 진짜 청연이라고 생각해?
 
청연:아니면 뭐 어쩔거야.
난 안드로이드도 아니고 일단 살아? 는 있으니까 지금부터 내가 진짜다. 꼬우면 내가 널 부순 것처럼 튀어나와서 맞다이 뜨라지.
 
청연?:....
 
그렇게 안드로이드 청연은 가동을 멈춥니다.
 
그가 내민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빔프로젝터입니다.
 
간단하게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허공에 홀로그램 영상이 재생됩니다.
 
그 영상 속에서 입을 떼는 자는, 네,
 
뻔하지 않나요?
 
미고입니다.
 
미고:청연님께.
마침내 여기까지 도달하셨군요.
저는 지구에 남았습니다만, 목호 씨에게 끊임없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제 존재 자체가 목호 씨에겐 위협이겠지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강자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면, 이 기기는 마지막 안드로이드가 회수해 당신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걸 보고 있다면 저는 이미 죽었다는 뜻이겠죠.
 
미고: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고 있고요.
그런 당신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미 과거가 된 이야기입니다.
 
등 뒤에서 잠긴 문을 조금씩 비틀어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영상 속 미고는 후회 없이 편안한 표정입니다.
 
한 점 불안이 있다면, 그건 당신에게 전할 말을 전하지 못할까 봐 서두를 뿐,
 
지금의 그에게 목숨이 아깝다는 감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미고:당시의 저는 두 분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드리고자 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분명히 소원을 빌었습니다.
살고 싶다고, 죽고싶지 않다고 외쳤어요.
안타깝게도 당신에겐 육체가 남지 않았지만요.
그런고로, 그건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부순 악신은 사라져가며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미고:가장 끔찍한 형태로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크리쳐는 아자토스에 의해 한순간에 기화했습니다.
그리고 대기로 흩어져 당신의 영혼체와 결합했죠.
그러니까, 당신의 육체는 크리쳐입니다.
크리쳐가 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된 크리쳐요.
 
홀로그램 영상 속 미고는 덤덤하게 당신을 응시합니다.
 
지금 청연의 몸은, 청연의 것이 아니라는 건가요?
 
자, 여기서 한 가지 묻겠습니다.
 
한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육체일까요, 영혼일까요?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죠?
 
GM:청연의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됩니다.
 
미고:... 이미 아실지 모르겠지만, 안전지대는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소멸한 이후에도 인간들끼리의 분쟁으로 인해 괴멸되었습니다.
그때, 목호 님은 힘을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소원은 들어드릴 수 있었지만,
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중앙 관리 체제, 그건 제가 직접 만든 시스템입니다.
재료는 방주와 아자토스의 찌꺼기였죠.
 
미고:거기에 목호 님의 눈을 사용해 목호 님께서 힘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목호 님의 상태가 그렇게 피폐해져 있었을 줄은,
파훼된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목호 님을 집어삼킬 줄은....
그 이후로 목호 님은 변했습니다. 제가 살해당한다면, 그 원인 역시 목호 님이겠죠.
 
GM:목호의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원숭이 발.
 
소원을 끔찍한 형태로 이루어준다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언젠가의 대화가 꿈결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미래를 기약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웃고 떠들던 시절이 아득하게 멀어져갑니다.
 
당신이 알던 목호는 이제 없습니다.
 
100년 전, 당신과 함께 사라져버렸습니다.
 
그의 그림자만이 이곳에 홀로 남아 자신을 없애 달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미고:전 아직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무슨 소원을 빌지는 대략 예상이 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빔프로젝터가 분해되며 하나의 탄환을 내밉니다.
 
끝부분이 열쇠처럼 생긴 그것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탄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미고:쉴드를 부순다고 해도 중앙 관리 체제는 당신의 힘으로 멈추지 않아요.
이 장치는 하나의 열쇠입니다.
그리고, 짐작 가능한 범위 내인 것은
그 장치가 가동을 멈추면 연결된 목호 님 역시 죽어버립니다.
100년이나 흐른 지금, 체제와 목호 님은 완전히 융합되었거든요.
 
그제야 당신은 생각해냅니다.
 
불쌍한 당신은 크리쳐의 몸을 빌려 목호를 막으려 했고,
 
목호는 당신을 죽여버렸죠.
 
그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흩어진 재에서 지금의 몸으로 재생되었습니다.
 
그저 너를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마침내 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뒤에서부터 느긋한 발소리가 들리자,
 
미고는 온화하게 웃으며 녹화 종료 버튼에 손을 올립니다.
 
이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유언입니다.
 
미고:저희의 시간은 인간과 다릅니다.
생명이나 목숨에 관한 견해 역시 그렇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요,
미고는 넘치는 지식욕을 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저 역시 미고답게 제 욕심을 채웠을 뿐이죠.
그래서, 저는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고:그건 제가 종족의 수치라거나 모자란 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처해서 이 거대한 흐름의 끝을 보고자 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뒤집힌 먹이사슬도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덕분에 원하는 만큼 지켜보았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영웅의 일대기에 한 획을 그은 자가 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당신들을, 당신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를 정말로 좋아했어요.
안녕히.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일그러진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홀로그램 영상은 그것으로 끝납니다.
 
안드로이드 청연 역시 가동하지 않으니,
 
당신은 빈 옥상에 홀로 남습니다.
 
깡통이 된 안드로이드와 빔프로젝터를 응시하고 있으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허무와 깊은 고독이 찾아옵니다.
 
청연: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GM:이성 -1.
 
... 탄환을 챙겨주세요.
 
청연:...내가 내 발로 걷어차고 나오긴 했는데.
역시 크리스마스 파티는 힘들려나... (낮게 중얼거리며 탄환을 품 안에 챙겼다.)
 
청연이 발을 옮기기 전,
 
분해된 빔프로젝터에 불이 들어옵니다.
 
영상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일그러졌지만,
 
목소리만은 선명하게 들립니다.
 
어떻게 못 알아듣겠어요,
 
GM:목호와의 통화가 진행됩니다.
 
목호: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잘 싸우는구나.
다음은 X제약 회사인가.
슬슬 지루하지 않도록 최종 보스가 등장할 시기인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겠다.
 
그 목소리는 지루한 기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끝이 다가옵니다.
 
청연:지루한 건 너 아냐?
난 너 재밌으라고 광대 노릇하는 거 아니거든. 너도 가만보면 참 손 많이 간단 말이야.
뭐, 어쩔 수 없지.
기다려, 금방 갈테니까.
 
목호:... 너는 매번 똑같은 말을 하는군.
이번에야말로 무언가 다를지, 기대하고 있으마.
 
당시의 우리에게는 그곳에서의 결투가 마지막 같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때야말로 시작이었습니다.
 
... 청연, X제약 회사로 향할까요?
 
청연:가야지 뭐, 기다리신다잖아.
 
X제약 회사에 도달할 때까지, 수차례 안드로이드들과 마찰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청연이라고 해도 조금은 지쳐요.
 
목적지에 도착하면, 청연을 반기듯 모든 문은 열려 있습니다.
 
이곳 역시 테러 이후 체제의 힘으로 복구되어서 깨끗합니다.
 
관리실, 지하 4층의 제약 연구실, 그리고 옥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청연:하... 좀 쉬었다 갈까?
바로 안 쉬고 옥상 가면 힘들잖아... (내 마음이.)
연구실인지 뭔지 부터 가볼래.
 
남자가 엎드린 채 죽어있던 테이블,
 
편지를 발견했던 서랍,
 
전투를 펼쳤던 바닥,
 
무엇 하나 흔적도 남지 않은 장소입니다.
 
청연은 이곳에서 약을 입수할 수 있습니다.
 
GM:청연, HP 전부 회복.
 
죽어도 살아나겠지만, 만전인 상태로 전투에 임할 수 있겠군요.
 
청연:기왕 인간 몸 아닌거 체력 같은 것도 이전이랑 같으면 좀 좋아...
(읏차,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으! 하는 얼굴로 고개를 푸다닥 털어낸다.)
약은 고마운데 그래도 또 오긴 싫다. (잽싸게 튀어나가서 관리실로 가본다.)
 
관리실에 방문하면,
 
마치 당신을 놀리는 것처럼,
 
재생되는 CCTV 영상이 전부 1부의 그 영상으로 교체되어 있습니다.
 
영상 속 청연은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날뛰고,
 
목호는 필사적으로 당신의 폭주를 막습니다.
 
그 모습이 지금과는 정반대인걸요.
 
... 그 외에도 저장된 다른 파일을 볼 수 있습니다.
 
청연:... ... (죽은 눈으로 화면을 쳐다보다가 조금 다급한 손길로 영상을 끄고 다른 파일들을 열어본다.)
 
아주 옛날, 실버와 제노의 영상입니다.
 
크리쳐와의 전투가 끝난 뒤
 
다친 실버를 업은 제노가 황급히 제약 회사 내부에 들어옵니다.
 
그는 미친 듯이 실버에게 쓸 약을 찾다가,
 
실버가 결국 죽어버리자 옆에 주저앉습니다.
 
바보 같아요.
 
어차피 실버는 다시 살아날 텐데.
 
두 사람을 보던 청연은 목호와 함께하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분명 어쩔 수 없었던 거겠죠.
 
그만큼 소중했으니까.
 
실버와 제노,
 
청연은 결코 알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청연:...이제 됐어. 그런 건 별로 안 궁금해.
궁금하다고 해도, 곧 제노한테 물어보러 갈건데 무슨 상관이야. (중얼거리며 창을 닫는다.)
 
... 마지막, 옥상.
 
활짝 열린 문.
 
옥상 난간에 기댄 목호가 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아니라, 훨씬 오래전부터 당신을 기다렸던 것만 같아요.
 
그의 등 뒤로 불길한 빛을 뽐내는 박스가 보입니다.
 
인사합시다.
 
청연:많이 기다렸어?
간만에 데이트라 좀 떨려서 부러 빙 돌아왔는데.
 
목호:기다리라느니, 기다렸냐느니...
그 말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군.
다른 할 말은 없나?
 
청연:미안한데 내가 저번에 뇌까지 싸그리 다 타버려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나.
할 말은 없고 해줄 건 있는데.
 
목호:아, 그래, 분명 그런 명령을 내리긴 했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한 말투다.)
해줄 것이라. (약간은 흥미가 깃든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당신을 가만히 응시한다.)
 
청연:(의뭉스런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다 성큼, 발걸음을 옮겨 가까워진다. 꽤나 거리가 가까워졌을 즈음 우왁스럽게 손을 놀려 멱살을 잡아채 당긴다.)
(으득, 하는 소리와 함께 키스인지 뭔지 모를, 행위가 스쳐지나간다. 조금 심술을 부려 당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억울해서 진짜. 원래 내 취향은 너랑은 거리가 멀었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무슨 수작 부린 거 아냐?
아무리 봐도 못난 얼굴인데... 도무지 싫어지진 않으니 왜 일까...
 
목호:....... (조금 아릿한 통증에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가, 한 손으로 당신의 뒤통수를 잡고 제 쪽으로 당긴다. 그리고 반대 손은-)
 
아주 잠시 호흡이 섞입니다.
 
감상에 채 빠지기도 전, 당신의 명치에 무언가 닿아요.
 
그리고,
 
탕-!
 
청연은 아주 근거리에서 목호가 쏜 탄환에 꿰뚫립니다.
 
청연, 목호와의 전투에서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 쓰러지는 당신의 몸을 두고, 목호는 태연하게 장전합니다.
 
목호:네가 왜 몇 번이고 실패했는지 알려줄까.
네 말대로, 도무지 나를 싫어하질 않아서다.
그러니 이렇게 쉽게 죽는 거지.
 
청연:쿨럭, 욱, 우웩....
이 개자식이 진짜...
 
목호:...
일어나.
 
GM:청연, 그 자리에서 즉시 재생합니다.
 
청연: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멀끔하게 신체가 수복됩니다.
 
청연:하, 씨... 당연한 거 아냐?
네가 싫었으면, 싫어할 수 있었으면 너도 나도 이 꼴은 안 났을 걸.
너도 나는, 아니 청연은 싫어하지 않잖아.
 
목호:... 너를 몇 번이고 죽인 자에게 하는 말치곤 꽤 다정하군.
설마 이번에도 실패해서 나를 지루하게 만들 셈은 아니겠지.
 
청연:그런 건 AOC에서부터 몇 번이나 있었던 일이니까.
지루해? 그러게 누가 이딴 짓이나 하래? 재미없게시리.
노력해볼게, 예전처럼. 그러니까 예쁘게 봐주라. (킥킥 눈을 휘며 웃는다.)
 
GM:탐사자 안내: 최후의 전투를 공개합니다.
 
목호:그런 말도 스무 번째다, 청연.
이게 노력한 결과라면... 더 애써야겠어.
 
청연:와, 넌 그걸 또 세고 있어? 넌 진짜 날 사랑하는 듯. (실없는 소리와 함께 물러나 라이플을 장전한다.)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가벼운 태도로,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의 어느 때 처럼 웃으며 할 일을 하기로 했다.)
 
깔끔한 솜씨입니다.
 
쉴드의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던 목호가, 무언가를 꺼내 듭니다.
 
당신에겐 익숙한 물건이네요.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목호:
대크리쳐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GM:청연, 반격 또는 회피.
 
청연: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쏘아지는 탄환을 잽싸게 굴러 피합니다.
 
이 치사한 새끼, 지만 그거 쏘고...!
 
청연:야!! 나도 쏘게 해줘!!!
난 제노가 사람한테 쏘지 말랬단 말이야!!!
 
목호:누가 들으면 내가 말린 줄 알겠군.
방해가 된다면 날 공격해도 좋아.
못하겠지만. 넌 늘 그랬으니까.
 
청연:알면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러면 또 그 말도 어쩌고 지루하니까 재미있게 어쩌고 하겠지.
(쫑알거리며 입을 삐죽 내민다. 탄환을 피하며 구른 자리에서 안정적이게 자세를 바꾸고 라이플을 재장전 했다.)(이번에도 목표가 네가 되는 일은 없으니,)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키스의 효능이 다 됐나....
 
탄환은 명중했으나, 쉴드는 꿈쩍도 않습니다.
 
목호가 대크리쳐살상탄을 장전합니다.
 
목호:
대크리쳐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7
 
청연: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청연, 이번에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몸이 의지와 다르게 주저앉습니다.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청연: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처가 회복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됩니다.
 
청연:어윽, 웩... 하, 죽겠다 진짜로...
진짜 죽긴 했는데.
내가 생각해봤는데 역시 다시 한 번만 키스하게 해주라.
그러면 좀 더 힘내서 광대짓 할 수 있을 것 같아.
 
목호:내가 뭐라고 답할 것 같나?
 
청연:안 돼. 라고 하겠지.
 
목호:잘 아는군. (방긋, 웃으며 라이플을 장전한다.)
 
청연:야 솔직히 키스 좀 한다고 입술이 닳냐? 닳아?? (쫑알거리면서 따라 빠르게 라이플을 장전한다.)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아씨.
 
집중하세요!
 
탄환은 쉴드를 스쳐 지나갑니다.
 
목호:청연. 너는 왜 매번 이렇게 나를 방해하러 오는 거지?
네가 남의 부탁을 그렇게 잘 들어주는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청연:제노가 해달라고 한 건데 그 애가 남도 아니고 어떻게 안 들어줘?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억울하지. 내가 누구 부탁 들어주다가 이 꼴이 났는데.
 
목호:흠.
그 아이가 부탁하지 못하면, 다음번엔 좀 더 얌전해지는 건가?
 
청연:다음 번이 어딨어? 이번으로 끝날텐데.
계속 그렇게 지껄여봐, 이것만 부수고 주둥아리를 아주 꼬매줄테니까.
( 덜커덕, 퉁명스럽게 가시처럼 저를 찌르는 문답을 쳐내며 라이플을 제 손에 맞게 고쳐 재장전 한다. )
그리고, 너 이미 몇 번이나 그렇게 하려고 했잖아.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쩌저적,
 
끔찍한 소리를 내며 점점 망가져가는 쉴드를, 목호는 그저 바라만 봅니다.
 
목호:몇 번이나, 그래....
이미 알겠지만 체제를 부수면 나 또한 죽는다.
그래도 계속하겠다고?
 
청연:너도 지루하다며, 사실 이젠 별로 세상을 구한다거나 하고 싶지 않은 거지?
그러니까 부수려는 거야. (묵직한 라이플을 쥐고서, 깨지고 구르다 못해 몇 번인가 터지고 꿰뚫린 통에 엉망진창인 몸과는 달리 개구지게 웃는다.)
같이 죽어줄게.
 
목호:...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나의 의지고, 어디까지가 나의 정의인지.
(같이, 라는 말에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총구를 내린다.)
 
그는 그저 그렇게, 가만히 자리할 뿐입니다.
 
GM:목호의 턴을 넘깁니다.
청연의 차례.
 
청연:그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내 등을 따라오면 되겠네.
파트너 잖아?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쉴드가 부서집니다.
 
청연, 열쇠 탄환을 꽂나요?
 
청연:그거 하려고 여태까지 구른건데 해야지.
그러고보면, 널 죽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문장이 이상하다. 원래 그런 건 처음도 마지막도 없어야 하는데...
 
그 말이 맞아요.
 
정말 이상한 문장입니다.
 
위태롭게 흔들리던 목호의 정신이 붕괴합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주저앉습니다.
 
목호:... 어째서 그날 죽은 게 내가 아닌 너였을까.
 
하늘 높이 걸려있던 체제가 멈추며 땅으로 떨어집니다.
 
하나의 별이 수명을 다해 아래로 추락하듯,
 
긴 조명이 꼬리처럼 달라붙습니다.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굉음과 함께, 주변으로 둥글게 바람이 퍼져나갑니다.
 
청연과 목호의 옷자락과 머리카락 역시 크게 휘날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따스한 바람입니다.
 
그와 동시에 안전지대를 이루고 있던 하나의 가짜 세계가 부서집니다.
 
화려한 조명이 흩어지며 검게 그을린 회색 벽이 드러나고,
 
관리 체제로 이루어진 것들이 붕괴합니다.
 
새하얀 빛이 번지며, 당신은 모든 것의 끝을 예감합니다.
 
목호는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수명이 다한 목호 역시 빛에 휩싸여 사라지고 있습니다.
 
... 마지막 인사를 나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목호:고맙다, 이거면 충분해.
너는 정말 열심히 싸워줬어....
너는 내 영웅이야.
 
청연:그렇지? 나 정말 열심히 했어.
쉬려고 했는데, 네가 그러고 있으니까 도무지 쉴 수가 있어야지.
그런데 할 말이 그거 밖에 없어? 내가 영웅이란 호칭 보다 다른 호칭 좋아하는 거 알잖아.
 
안대가 끊어지고, 그 밑으로 흉하게 일그러진 눈가가 보입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 아래에서 재회의 기쁨이 드러납니다.
 
목호:... 고맙다, 청연.
너는 내 최고의 파트너야.
 
청연:그렇게 말해야지.
멍청한 자식, 꼴이 이게 뭐야?
안 그래도 못난 얼굴인데... (인상을 찌푸리며 얼굴을 붙들고 눈가를 살살 매만지다가 제 쪽으로 얼굴을 잡아당겨 가볍게 입술을 내리누른다.) 몸 좀 아끼랬지.
 
목호: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고 했잖나. (당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사라져 가는 손을 뻗는다. 아주 희미한 감각만이 스쳐 지나간다.)
 
청연:말이라도 좀 예쁘게 보이려는 시도를 해봐... (불만스럽게 손을 쳐다본다.)
 
목호:예쁘게 봐준 적은 있고?
 
청연:내가 예쁘게 안 봐줬으면 넌 이미 내 손에 죽었어.
 
목호:청연.
같이 죽는다는 말은 취소해 줘.
 
청연:...왜?
 
목호:너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진짜 삶을 즐겼으면 좋겠어. 행복하게.
 
청연:원래라면 난 그 날 그대로 죽었어야 해.
100년이나 지난 이 세상에서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목호:뭐든. 뭐든 할 수 있어.
널 조이는 목줄도, 세상을 부수려는 악역도 없다.
미래를 살아가면 돼.
 
청연:의미 없잖아.
너도, 다른 녀석들도 없는데.
너희가 없으면 누가 나랑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거 해줘?
 
목호: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나.
그래, 파티는... 조금 미뤄진 걸로 하지.
그때까지 열심히 살아줘. 선물 대신으로 생각하겠다.
 
청연:싫어.
나 진짜 이렇게까지 노력 했는데, 쉬지도 못하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날 여기 두고 가겠다고? 치사하게 정말 그럴거야? (다급하게 떨리는 손으로 붙잡는다.)
 
목호:(붙잡아도 사라져 가는 제 모습에 희미하게 웃는다.) 두고 가는 게 아니야. 아주 잠깐 떨어져 있는 거다.
이번에야말로 네 등을 따라가나 싶었는데... 다시 앞서 가게 됐구나.
 
청연:싫다고 했잖아!! 두, 두고 가지마. 나만 두고 가지마...
나 정말로, 이젠 정말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목호:―...
 
이어지는 말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한,
 
목호는 사라집니다.
 
침식당해 괴로워하던 꼭두각시의 끈은 당신이 끊어주었어요.
 
그는 이제 편안할 거예요.
 
빛이 완전히 사라진 뒤 드러난 것은 100년 전 테러 때문에 황폐해진 안전지대입니다.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검게 그을리고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 위로 새파란 것들이 하나둘 돋아납니다.
 
응축된 마력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안전지대에는 100년분의 생명력이 넘쳐흐릅니다.
 
곳곳에 꽃과 나무와 풀이 피어납니다.
 
청연의 발치에 핀 민들레가 따뜻한 바람을 타고 흔들거립니다.
 
엉망이 된 거리에는 가동을 멈춘 안드로이드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사람들도 보입니다.
 
갑자기 멈춘 안드로이드를 끌어안은 채 패닉에 빠진 사람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정말 이 방법이 옳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절대적인 잣대란 쓸모를 잃은 지 오래인걸요.
 
부모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아이 하나가 떨어지는 분홍색 꽃잎을 주워듭니다.
 
꽃잎은 청연의 이마 위에도 한 장 내려앉습니다.
 
자연스럽게 꽃의 출처를 찾던 청연의 시선이
 
한 폐허 앞에서 머무릅니다.
 
만개한 벚나무 아래의 시멘트 바닥에는 낯익은 얼굴의 사람들이 앉아있습니다.
 
실버는 자신의 어깨에 기댄 채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에 빠진 제노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립니다.
 
살랑이는 바람에 연분홍색 꽃잎들이 휘날립니다.
 
당신을 알아본 그가 조금 웃습니다.
 
실버:100년간, 깨어나지 못할 긴 꿈을 꾸는 것만 같았어.
... 후회 없는 선택을 했어?
 
청연:선택은 후회하지 않아.
그렇지만, 모든 걸 남겨두고 영웅이 되어버린 벌을 이제부터 받는 기분이야.
너희도 이런 기분이었나?
 
실버:하하, 그래, 어떻게 보면 벌을 받는 셈이지. 나도, 이 사람도 충분히 받았어. (그렇게 말하며 미동조차 없는 제노를 바라본다.)
충분히 혼나고 회개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보면 홀가분하지 않아?
 
청연:하지만, 그렇지만... 역시 그래도 세상이 나한테 너무 하지않아?
살아온 이래로 전부 빼앗기고 혼자 남겨진 기록 뿐이네.
...넌 어쩌게?
 
실버:어쩌기는, 나도 조금 쉴 거야. 어쩐지 지금 굉장히 졸리거든....
지금 잠들면 좋은 꿈을 꿀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당신은 이것이 잠시간의 단잠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끝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인간이든 아니든 말이에요.
 
파트너의 손을 잡고, 눈을 감은 실버는 다시 없을 만큼 안락하게 끝을 맞이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명을 다한 크리쳐의 편안한 죽음입니다.
 
또 하나의 꽃잎이 살랑거리며 잠든 이의 콧잔등에 내려앉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죽지 않기 위해 싸워온 이들이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지 않나요.
 
삶이라는 긴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는 것은 곧,
 
더는 바라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는 것,
 
혹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
 
다음이 궁금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도 분명 행복할 것을 확신하고 눈을 감는 것.
 
많이 힘들었나요,
 
지금까지의 모험담을 돌아볼까요.
 
돌아보면 거칠고 고된 싸움이었지만, 당신의 발자취는 한평생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부 다 읽어냈다고 책을 덮기에는 가장 중요한 '결말'이 남아있잖아요?
 
언젠가는 당신에게도 그런 날이 올 거예요.
 
굳이 100년의 세월이 흐르지 않아도,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내려두고 죽음에 몸을 맡기는 날이.
 
가장 아름다운 결말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미사여구가.
 
험한 길이라 해도 조금 더 걸어갑시다.
 
해야 할 일이 잔뜩 남았습니다.
 
아직 이 세상에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걸요.
 
그러니 조금 더 살아볼까요.
 
분명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이 세계가 더는 클리셰 SF 세계관이 아니게 된다고 하더라도, 잊지 마세요.
 
...
 
청연, 이제 어떻게 하나요?
 
청연:모르겠어.
네가 살라고 했으니 살아야만 해.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지?
 
우선 아직 남은 해야 할 일을 알려줄게요.
 
추락한 중앙 관리 체제를 회수해야 합니다.
 
청연:솔직히, 굳이 그래야 하나 싶기는 한데...
아무튼 해볼게.
 
좋습니다.
 
이를 위해 안전지대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팬 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청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청연은 새파랗게 돋아난 잔디 위로 무언가 질질 끌린 자국을 발견합니다.
 
그 자국을 따라 걷는다면,
 
둔탁한 끌린 흔적에 불과하던 것은
 
50m쯤 지나자 어느덧 사람의 발자국처럼 모양이 변합니다.
 
그 발자국의 끝에는,
 
등을 돌린 사람 하나가 땅을 짚은 채 주저앉아 있습니다.
 
목호와 똑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이는 천천히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지나치게 긴 머리카락은 왼쪽 눈만을 드러내고 있으며,
 
드러난 심장부에는 열쇠 모양 탄환이 꽂혀있습니다.
 
신체 일부에서는 고압의 전류가 흘러 곳곳에 청색 스파크가 일어납니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의 귓가에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하던 미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것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목호와 같은 색의 눈에 당신을 담은 채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파트너와 똑같이 생긴 그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그 순간, 청연은 진부하게도 세상이 멈춘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그는 교과서를 읽듯 또렷하고 기계적인 어조로 말합니다.
 
???:인사하겠습니다.
 
괴물이라기엔 지나치게 인간적이며,
 
???:저는 구 방주이며
 
기계라기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구 중앙 관리 체제입니다.
 
인간이라기엔 지나치게 끔찍한 존재.
 
???:저를 목호라고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오염되고 일그러진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살아 숨 쉬고 있어.
 
끝까지 맞서 싸운 누군가의 영웅,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후의 크리쳐들에게 이 시나리오를 바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