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고스트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 하고 울지 않는다-괴물예찬론
MDWT/CoC
 

 
───────  ───────
 
괴물예찬론
 
W. 청서
 
───────  ───────
 
Call of Cthulhu 7th EditionFan-made Scenario
 
가끔은 생각해,이런 나도 누군가를 구하는영웅이 될 수 있었을까.
 
GM. IlIIIIII   KPC ??
 
PL. 익명의 고스트   PC ??
 
250920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알람 소리가 잠을 깨웁니다.
 
버스로 20분,
 
한 번 갈아타서 지하철로 30분.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지금 일어나야 회사에 지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건조한 눈을 문지르며 커피를 내리면,
 
뉴스에서는 아나운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오늘도 한층 더 다가온 외계 행성에 관해 보도합니다.
 
“크리쳐 사태가 종식되었음에도 새롭게 나타난 인류를 향한 위협에 안전 지대의 대부분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육안에 보이는 정도의 크기에서 하늘의 반을 뒤덮을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낯선 행성의 방문에 관해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너무 무서워요.”
 
“외계인의 침공?”
 
“지금이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볍게 흘려듣던 당신은 문득 영웅이라는 말에 TV를 봅니다.
 
척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하얀 로브를 입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뗍니다.
 
“하지만 두려워 마세요, 영웅은 곧 돌아옵니다. 우리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무언가 대책이 있나 싶었는데, 그냥 평범한 사이비 종교였나봅니다.
 
보온병에 커피를 옮겨 담으면, 나갈 시간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버스 시간표를 볼 수 있습니다.
 
늘상 타고 다니는 버스는 칼같이 3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벤치를 보면 지나치게 큰 후드집업을 입고 모자를 뒤집어쓴 5살 남짓의 아이가 무릎을 껴안고 앉아있습니다.
 
아이:....
 
미노:음, 저기... 얘, 아직 이른 시간인데 여기서 뭐하니?
 
아이:....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어떤 의지가 보이지 않는 멍한 얼굴입니다.
 
자세히 보니, 무릎이나 팔 곳곳에 멍과 생채기가 알록달록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미노:세상에, 안 아파? 이게 다 뭐람... (시간 힐끔 보고)
잠시만 기다려봐. 새벽이라도 편의점은 열었으니까 가서 밴드라도 사 와야겠다.
 
곧 버스가 도착하는데도요?
 
주어진 3분이 지났습니다만,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버스 시간표 아래 적힌 번호대로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미노:아니 애가 다쳤는데 어떡해 그럼!
하루 지각해도 잘리진 않잖아...
 
좋습니다. 그럼 당신은 근처의 24시간 편의점으로 가서...
 
밴드를 하나 사옵니다.
 
미노:연고도 사올거야.
 
그래요. 연고도.
 
미노:그리고 요 작은 친구를 치료해 줄 거고...
그리고 버스 회사에 전화해 보지 뭐.
 
좋은 생각입니다.
 
아이의 몸에 난 생채기에 연고를 꼼꼼히 바르고,
 
그 위로 밴드를 붙입니다.
 
아이는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잠시 당신이 밴드를 붙여주는 걸 바라보다가,
 
다시 허공으로 시선을 돌릴 뿐입니다.
 
버스 회사에 전화해볼까요?
 
미노:내 귀책사유가 아님을 증명하려면 하긴 해야지.
 
몇 번 신호음이 가더니 버스 관리 센터의 직원이 전화를 받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고객님. 다수의 버스 기사들이 파업을 선포하셔서 현재 해당 지역으로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들 마지막 순간은 가족들과 있고 싶다고 그만두셔서….”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버스가 오지 않으면 40분을 걸어서 지하철이 있는 곳까지 가야 합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라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지하철에 잔뜩 몰릴 테고,
 
분명 끔찍한 포화와 연착이 지속되겠죠.
 
미노:그치만 들어봐... 버스 기사들도 파업했는데 기관사들은 안 했을까?
 
... 직장에 늦으면 사수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까지 생각이 치닫습니다.
 
그냥 가지 말까.
 
그때, 길 건너에서부터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들 한 무리가 건너옵니다.
 
그들은 아이와 당신을 발견하곤 가까이 다가옵니다.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들:여기 있었구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 아이는 저희 소속입니다.
자, 가자.
 
아이는 그들을 보더니 안색을 굳히고 당신의 옷깃을 살짝 잡습니다.
 
미미하게 고개를 흔들기까지 합니다.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들:왜 이러는 거니?
이러면 착한 아이가 아니지.
또 교육을 받고 싶은 거야?
 
사이비 종교의 사람들은 아이를 엄한 투로 꾸짖습니다.
 
이어서 억지로 데려가고자 손을 잡아끌기까지 합니다.
 
미노:아니, 저기요. 뭐 하시는 거예요.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들:신경 쓰지 마시죠. 저희 일입니다.
어서 가자. 가자고!
 
미노:저희 일 같은 소리 하네. 손 안 놓으면 아동학대로 신고할 거야!!
 
GM:당신이 그렇게 외치는 순간,
용기 기능치를 추가합니다.
핸드아웃, 기능치: 용기를 공개합니다.
 
용기 판정
 
미노:
용기 Roll
기준치: 30/15/6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아이가 재빠르게 당신의 뒤로 숨습니다.
 
사이비 종교 관계자는 당신에게 아이를 돌려줄 것을 요구합니다.
 
미노:아이가 물건도 아니고, 당신들 보호자 맞아요?
아이가 다친 채로 혼자 여기 덩그러니 낯선 사람이랑 있었는데 걱정도 안 하고.
 
GM:용기 +10.
 
용기 판정
 
미노:
용기 Roll
기준치: 40/20/8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눈앞에서 아이가 질질 끌려갑니다.
 
아이가 당신에게 도움의 눈빛을 청합니다.
 
미노:그 손 놓으시라고요!! 이 미친 사이비 새끼들
 
GM:용기 +10.
 
용기 판정
 
미노:
용기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질질 끌려가는 아이가 점점 눈앞에서 멀어집니다.
 
멀지 않은 곳에 사이비 종교 관계자들이 주차해둔 차가 보입니다.
 
미노:차 바퀴 펑크낼 거야!!!!
(휴대폰으로 차 번호판 마구 찍음)
 
GM:용기 +10.
 
용기 판정
 
미노:
용기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아이를 안아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게 무슨 짓이죠? 이건 납치예요.
저희 아이를 돌려주시죠.
 
사이비 종교의 관계자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손을 뻗습니다.
 
GM:펄프 재능 맷집을 부여 받습니다.
운 10점을 사용해 전투 한 라운드에 들어오는 피해를 5점까지 면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눈앞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일단 달립니다.
 
뒤에서부터 당신을 뒤쫓는 소리와 짜증 섞인 욕설이 들립니다.
 
다가오는 종말,
 
엉망이 되어버린 하루,
 
부서진 쳇바퀴,
 
그리고 생애 첫 일탈.
 
GM:용기 +10.
 
당신의 품에 안긴 아이가 처음으로 입을 뗍니다.
 
아이:가야 하는 곳이 있어요. 그런데 혼자서는 갈 수가 없어서...
 
미노:어, 어딘데? 거기 가면 진짜 보호자들이 있을까?!
아니, 아무튼... 내가 데려다줄게!
회사는 잘리지 뭐!
 
아이는 손목에 있는 기기를 조작해 좌표를 띄워줍니다.
 
여기서부터 3블럭 떨어진 거리의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건물명은 X 제약회사라고 하네요.
 
아이:거기 가면... 영웅이 있어요.
그를 깨우러 가는 거예요.
 
버스는 운행하지 않고,
 
지하철이 있는 대로변에는 사이비 종교의 관계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달려서 갈 수밖에 없네요.
 
아까와 다른 인원이 두 사람을 쫓아옵니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보지만, 그 중 한 명이 이쪽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들:
rolling 1d10
 
(
9
 
)
 
=
9
 
미노:세상이 진짜 미친 거 아냐 사이비들이총까지쏘고또라이들아!!!
 
GM:행운 -10, 대미지를 감소시킵니다.
HP -4.
 
탕!
 
그와 동시에 스파크가 튑니다.
 
총을 맞은 부분을 확인해보면,
 
내부의 회로와 부품이 드러나 흉한 모습입니다.
 
GM:여기서 당신의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용기 +10.
펄프 재능 강심장을 부여 받습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부상을 보거나, 시체를 보았을 때의 이성 손실을 무시합니다.
 
총알은 계속해서 쏟아집니다.
 
아무리 내구도가 높은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빗발치는 탄환 속에서 아이를 지키며 손상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아이:미안해요, 나 때문에...
 
미노:사과하지 마! 너, 넌 아직 어린 아이잖아.
난 괜찮아. 조금만 수리하면 금방 괜찮아질 거니까!
 
여기서 선택의 시간입니다.
 
포기하고 아이를 건네준다거나,
 
하다못해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라고 할 수 있겠죠.
 
그 모든 것에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끝까지 목적지로 데려다준다면...
 
용기 판정
 
미노:
용기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GM:행운 -10, 용기 +10.
 
용기 판정
 
미노:
용기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것은 체면이 구겨지고, 이성이 흐려져 평소처럼 행동할 수 없게 되더라도 짜낸 용기입니다.
 
너덜너덜해진 안드로이드가 아이를 안고 X 제약회사의 지하층에 돌입합니다.
 
보안을 해제한 것은 다름이 아닌 아이입니다.
 
안드로이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은 없습니다.
 
눈앞에 거대한 실험관들이 보입니다.
 
진귀한 풍경입니다.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크리쳐가 용액 속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안은 안드로이드가 향한 곳은 가장 깊숙한 곳입니다.
 
아이가 그곳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갇힌 실험관까지 도달하자, 당신의 몸이 고장을 알립니다.
 
미노:저기, 미안한데...
내가 이제 좀, 데려다주기 힘들 것 같아.
 
눈 앞으로 붉은 신호가 점멸합니다.
 
미노:이제 혼자 갈 수 있니?
 
안드로이드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집니다.
 
미노:끝까지 못 데려다줘서 미안해...
 
아이는 울고 있습니다.
 
눈 앞에 버튼이 있습니다. 누르겠습니까?
 
미노: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는 전선과 회로의 덩어리로만 존재하는 검지로 실험관의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자, 실험관 내부에서 울컥, 하고 기포가 올라오더니 내부로 이어진 전선으로 전기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당신의 임무는 끝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종료됩니다.
 
송출되던 눈앞의 영상이 차츰차츰 흐려집니다.
 
지긋지긋하던 하루의 연속,
 
어쩌면 이것은 간신히 얻어낸 휴가일지도 모릅니다.
 
아이:있잖아, 이런 말...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는 안드로이드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아이:당신은 세계를 구한 거예요.
내 이름은 오데트,
당신의 이름은?
 
신체를 구성하는 은빛 부품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그 원심력을 따라 돌아가는 것은 프로그래밍된 일과,
 
약간의 전류,
 
그리고 당신.
 
어쩌면 수백억분의 일의 확률로 발생된 오차.
 
전원을 구동하던 마지막 바퀴가 원을 그리며 느릿하게 굴러갑니다.
 
이 마음이 연산의 결과라면 세상은 거대한 기계장치일 거야.
 
가끔은 생각해,
 
이런 나도 누군가를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었을까.
 
─────── 0. Hero ───────종료
 
GM:https://app.roll20.net/join/20272473/aCvL7Q
 
 

 
───────  ───────
 
크리그어RESTART
 
W. 청서
 
───────  ───────
 
Call of Cthulhu 7th EditionFan-made Scenario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RESTART
 
GM. IlIIIIII   KPC 목호
 
PL. 익명의 고스트   PC 청연
 
250920
 

 
호흡을 도와주는 산소 마스크,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쓰디쓴 액체,
 
전신에 엉겨 붙은 전선,
 
양손을 구속하는 쇳덩이,
 
그리고,
 
터질듯 빨리 뛰는 심장.
 
덜컹, 소리와 함께 실험관이 열리고,
 
청연은 액체와 함께 앞으로 쏟아지며 바닥을 구릅니다.
 
갑작스럽게 들이차는 산소에 폐가 아려와 숨 쉬기가 힘들고,
 
억지로 뜯겨져 나가는 전선이 따갑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이나 헐떡인 끝에,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실험관이나 연구 자료로 가득한 어딘가의 실험실입니다.
 
푸르스름한 빛이 실내에 고여 주기적으로 깜빡거립니다.
 
어두운 종이가 뒤로 덧대인 유리창에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창백한 인상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앞에 아주 어린 아이가 서있습니다.
 
아이는 죽은 듯이 누워있는 안드로이드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청연이 몸을 일으키자, 아이는 안드로이드의 눈을 감겨주곤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오데트:정신이 들어?
 
청연:너, 이게 다 무슨...
 
오데트:... 나...
알아보겠어?
 
청연:이번엔 머리 안 박살났거든?
아니... 아닐 수도?
 
청연은 아주 예전의 일을 떠올립니다.
 
오데트와 콘라드, 승급전,
 
그리고 목호.
 
그러고 보니 목호는 어디에 있죠...?
 
오데트:구하러 왔어.
 
청연:지금 얼마나... 얼마나 지난거지? 나, 분명...
...목호는?
 
오데트:이래저래 설명이 많이 필요하겠네.
순서대로 말해줄게.
AOC에 의해 악신이 소환되고, 당신은 아자토스의 찌꺼기와 싸우다 죽었어.
이후 남은 사람들끼리 신 정부를 수립해 이어나가다, 테러가 발생했지.
나는... 잡혀가서 능력을 추출당하는 실험을 당했어. 그 결과 생명력을 잃고 이 모습이야.
콘라드와 목호는... ... 모르겠어.
 
오데트:나는 당신이 어딘가에 산 채로 포획되어 있다는 정보를 얻고, 조력자를 얻고자 탈출한 거야.
악신은 퇴치되었으나 원인 불명의 멸망은 진행 중. 나도 실험실에만 갇혀 있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우리를 납치한 사이비 종교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청연:하, 돌아가는 상황 한번 끝내주네...
 
실험실 내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연구 자료, 좌측 실험관, 우측 실험관, 특별 보관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연:나 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으!)
이런 공간에 트라우마 있다고. (비척비척... 연구 자료부터 뒤적여본다.)
 
청연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나와있습니다.
 
키, 체중, 이름, 신변에 관한 모든 정보 뿐만이 아니라
 
세포 단위로 당신을 분석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불명'으로 나와있습니다.
 
가볍게 훑어 보는 도중 형광펜으로 강조된 문장을 발견합니다.
 
▒▒전의 신체 구조 데이터와 99% 이상 일치하지 않음
 
청연:뭐... 아무래도 그렇겠지. 장난 아닌 특제품을 좀 빨았으니까. (어깨 으쓱)
아 근데 진짜 징그럽다... 이런 기분 오랜만인데. (실눈 뜨고 왼쪽 실험관 쳐다보는 중)
 
금속형 크리쳐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파편 별로 조각난 크리쳐,
 
통째로 포획되어 가사 상태에 빠진 크리쳐,
 
의식이 있는 크리쳐...
 
그 중 하나가 안구로 추정되는 부분을 데로록 굴려
 
이쪽으로 시선을 둡니다.
 
어쩐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청연:뭘 쳐다봐. (얘네도 욕을 알까? 일단 중지 곧게 올려줌...)
 
오데트:....
 
청연:(끝까지 붐따 날려주면서 오른쪽 실험관 쪽으로 간다.)
 
생체형 크리쳐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잘려나간 크리쳐의 일부부터,
 
포획되어 가사 상태에 빠진 크리쳐,
 
의식이 있는 크리쳐...
 
그 정체를 아는 당신으로서는 인체 실험으로도 생각되는군요.
 
두 실험관을 전부 살펴본 뒤,
 
도합 몇십 체의 크리쳐가 이곳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청연:아 맞다. (깨달음을 얻음... 그러나 내려가지 않는 손가락.)
난 탈출했고 쟤넨 못 했는데 뭐 어쩔 거야.
진짜 징그러워 죽겠네... 왜 이딴 걸 붙잡고 있지? 어쩐지 나도 좀 더럽혀진 기분이고 막 그러네.
(으! 몸서리치다가) 특별 보관실이 뭐야. (기웃...)
 
엄중한 소독 절차를 거친 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 평수는 굉장히 좁습니다.
 
크리쳐와 관련된 물건과 증거품이 보관되어 있군요.
 
전부 돌아보고 나오면,
 
청연은 오데트가 창백한 안색으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청연:어 씨, 뭐야. 왜 이래! (허둥지둥 추슬러 품에 안는다.)
야, 야야... 정신 차려봐. 왜 그래?
 
오데트:괜, 콜록, 괜찮아. 실험 후유증 때문이니까....
나는, 여기에 두고 가.
방금 통신기를 찾아 연락을 넣었으니 운 좋으면 지원이 올 거야.
지금 AOC로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조심, ...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오데트는 기절해버립니다.
 
자세히 보니 입술에 각질이 일어나있고,
 
야윈 팔다리 곳곳에 멍자국이 있으며,
 
영양 상태가 굉장히 나쁩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전혀 알 수 없네요.
 
오데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결국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시기에 AOC라고 하면...
 
청연이 죽은 이후의 목호,
 
안대를 착용한 채 전광판에 나오던 모습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  ───────
 
청연이 X 제약회사 밖으로 나오면,
 
바깥의 풍경은 예전에 본 미래와 확연히 다릅니다.
 
푸른 빛을 발하는 중앙관리체제가 떠있고,
 
안드로이드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돌아 다니긴 하지만,
 
공통점은 그것 뿐입니다.
 
군데군데 폐허가 된 건물,
 
길거리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사람들,
 
천공에 거대하게 드리운 행성의 그림자,
 
파손된 도보.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전광판에서는 아나운서가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하고 있습니다.
 
“크리쳐 사태가 종식되었음에도 새롭게 나타난 인류를 향한 위협에 안전 지대의 대부분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낯선 행성의 방문에 관해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너무 무서워요.”
 
"외계인의 침공?”
 
“지금이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척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하얀 로브를 입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뗍니다.
 
“하지만 두려워 마세요, 영웅은 곧 돌아옵니다. 우리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문득 청연의 등에 소름이 돋습니다.
 
정신을 잃기 전,
 
테러가 일어난 안전지대에서 눈을 떴을 때 청연을 공격한 사람과 목소리가 완전히 똑같습니다.
 
청연:... (굳은 얼굴로 목덜미를 문지른다.)
 
AOC라고 해서 그렇게 깨끗한 상태는 아닙니다.
 
입구를 지키던 세큐리티까지 전부 도망쳤는지, 건물은 텅 비어 있습니다.
 
어디로든 가볼 수 있지만, 소장의 방을 제외하고는 전력도 돌지 않는데다가
 
쥐가 들끓어 다니기 좋은 곳은 아닙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폐건물입니다.
 
회귀라는 사실이 지금도 크게 실감나진 않지만,
 
어떻게 봐도 청연이 겪었던 일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원래대로라면 목호가 안전지대를 크게 부흥시켜서,
 
청연이 올 때까지 평온하게 안전지대를 수호해야 하지 않나요?
 
지금 상태로는 당장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AOC 역시 망한지 오래고요.
 
청연:아... 세상 구하기 진짜 빡세다...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나... (툭, 굴러다니는 파편을 괜스레 걷어찬다.)
 
... 소장실로 갈까요?
 
청연:난 걔 싫어. (입술 삐죽 내밀고 저벅저벅 걸음을 옮긴다.)
 
누구요? 소장?
 
청연:소장. 근데 사실 AOC 자체도 이젠 별로 안 좋아해.
흠... 이향이랑, 제노는 빼줄게.
나머진 알반가.
 
걱정 마세요. 지금의 소장실엔... 다른 이가 있을 테니까요.
 
청연:아 제발.
 
엘리베이터도 운행하지 않으므로 최고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소름 끼치는 물소리,
 
그리고 문을 열 때마다 귀를 자극하는 녹슨 소리를 이기고 최고층으로 향합니다.
 
섬뜩한 기분과 함께 복도를 지납니다.
 
낯선 기시감이 스쳐 지나가고,
 
소장실의 문을 열면...
 
누군가가 거대한 전면창을 등지고 서있습니다.
 
전신에 딱 달라붙는 롱 코트,
 
깔끔하게 고정한 안대,
 
꼿꼿하게 선 자세,
 
그리고,
 
풀어 헤친 검은 머리.
 
검은 머리?
 
청연:뭐야?
 
제노:...
안녕.
AOC의 전 영웅이 여긴 어쩐 일로 왔어요?
 
청연은 안대를 착용한 제노와 마주합니다.
 
짙게 다크써클이 내려온 눈가,
 
초췌해질대로 초췌해져
 
움푹 패인 양뺨이 씰룩거리며 반항적인 미소를 지어냅니다.
 
제노:독이 든 와인이라도 대접할까요?
 
청연:...주면 뭐, 잘 마실게.
 
제노:농담. 그런 건 없어요.
누가 올 줄은 몰랐거든요.
특히 당신이....
 
청연:그래 보이네.
안색이 왜 그래? 오빠 없어서 잘 못 잤어? (부러 웃는 낯으로 너스레를 떤다.)
악몽이라도 꿨나 보네. 혼자 자기 무서우면 같이 자줄 수도 있는데.
 
제노:... 맞아.
오빠가 필요했어요.
근데 부를 때 안 왔잖아.
죽었잖아.
 
청연:(멈칫, 겨우 웃던 얼굴이 그대로 굳는다.)
그게, 그러니까... (무언가 변명이라도 해야하는데.)
... ... ...
미안해.
 
제노:거짓말쟁이.
거짓말했어요.
부탁은 뭐든 들어준다면서.
 
청연:맞아, 거짓말했어.
미안해. 전부 내 탓이야.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라고.
뭐라고, 할말이 없네. 정말로.
 
제노:괜찮아요. 이제는 화도 안 나거든요.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거, 이해해요.
나도 당신들이 남겨둔 안전지대를 지키려 했지만, 보시다시피 이렇게 됐으니까.
 
청연:...당신들?
다른 녀석들은? 다 어디 갔는데?
분명 그때는, 다 살아있었는데...
 
제노:소장을 비롯한 대다수의 AOC 대원들은 사망했고, 크리쳐는 멸절했어요.
목호 씨는 행방불명이라 모르겠네요.
 
청연:(한참을 말이 없다가,) 네 파트너는 어디로 갔는데.
 
제노:...
그 멍청이 얘긴 하고 싶지 않군요.
 
청연:그래... 그렇구나. 미안.
 
이야기를 전부 들은 청연,
 
이성 판정, 1/1D3
 
청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GM:이성 -1.
 
당신은 대화 도중에 위화감을 느낍니다.
 
심리학 판정
 
청연: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제노가 숨기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청연:세상 한번 지키기가 힘드네.
뭐, 당연한 일인가... 오빠가 되어갖곤 동생이랑 한 약속 하나 제대로 못 지키고, 가까운 사람 하나 간수를 못 하는데...
 
제노:... 청연 씨.
그럼 지금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청연: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제노:당장 여기서 나가세요.
그럼 그냥 보내드리죠.
 
청연:...어?
아니, 잠시만.
왜? 많이 화났어? 저기, 내가 잘못했어. 미안.
그치만 지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지도...
 
제노:당신이 돌아온 게 꿈만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꿈을 꾸지 못 한다는 걸 압니다. (제 안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
그러니까 지금, 재회의 기쁨만이 있을 때 돌아가세요.
계획에 방해만 되니까...
꺼지라고.
 
청연:무슨, 계획인데?
나, 나도 도와줄 수 있어. 내가 뭔가, 할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아니 잠, 잠시만. 너 눈은 어쨌어? 이번엔, 네가 한거야?
 
제노:하아....
 
관찰 판정
 
청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제노의 옆으로 시선이 옮겨갑니다.
 
아무렇게나 밀려난 소장용 테이블,
 
그 위에는 서류가 놓여 있습니다.
 
그 서류에 찍힌 문양은 당신이 연구소에서 본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소는,
 
사이비 종교의 것이었죠.
 
눈치챈 순간 전투가 발생합니다.
 
품에서 단도를 꺼낸 제노의 기습입니다.
 
거리를 단숨에 좁혀와, 장거리 탄환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는 근접 모드만 사용 가능합니다.
 
제노:제가 그냥 보내드린다고 했잖아요.
 
숨결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서 단도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제노가 웃습니다.
 
그 얼굴에 보이는 광기는 분명히 익숙합니다.
 
그야, 청연은 그 손으로 똑같은 표정을 지은 목호를...
 
제노:방해라니까.
 
GM:TFR에서 습득한 스킬, 눈의 검과 얼음 방패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청연:이러지 말자, 응?
다른,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찾아보면 하나쯤은... 있을 테니까.
 
제노:다른 방법? (뒤로 조금 물러났다가)
좋은 생각이 있어요.
(권총을 꺼내 제 턱 아래를 조준한다.)
 
청연:하지마!!!!!!!!!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며 총을 쳐낸다.)
 
총이 거칠게 바닥을 구릅니다.
 
제노가 멍한 눈으로 그 궤적을 좇다, 당신을 노려봅니다.
 
제노:왜지? 다른 방법 찾아 줬잖아요.
 
청연:내가 다 잘못했어. 진짜야.
차라리 나를 쏴!! 그냥 나를 쏘면, 네가 그러면 다 맞아줄게.
그러니까 그러지마... 왜 네가, 너를, 너한테 그래?
 
제노:어차피 총알에 뚫려도 안 죽는데 웬 호들갑이에요?
이게 제 계획이라면요? 도와준다면서요.
도움이 되어야죠.
 
청연:그냥 나한테 화를 내면 안 될까?
안, 안 죽어도... (목소리가 떨린다.) 아프잖아. 내가 이런 거 제법 많이 겪어봤는데 아픈 건 똑같더라고.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제노:이런 식이니까...
당신이 이러니까 방해라고 한 거야!!
 
제노가 단도를 높게 치켜듭니다.
 
제노: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8
 
GM:청연, 회피 또는 반격.
 
청연:하지만, 윽! (치켜든 단도의 궤적을 눈으로 빤히 보고도, 그대로 이를 악문 채 피하지 않았다.)(어떻게 내가 너한테 그러겠어?)
 
제노의 단도가 제복의 빈틈을 비집고 몸 안을 파고듭니다.
 
GM:청연, HP -8.
 
제노:왜 안 피해요? 나랑 싸우는 건 우습나?
아니면 다시 살아나니까, 괜찮다?
 
청연: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헉, 읏... (고개를 도리질치다가 입술을 깨물어 소리를 참았다.)
...너랑 정말로, 싸우기 싫어.
 
제노:그래요.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고요.
인간이 된 크리쳐를 난도질해보는 건 처음이라, 기대가 되네요.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4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7
 
청연:미안, 미안해... (얼굴에서 떨어지는 게 식은땀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적의 아래 무방비하게 몸을 내맡긴다.)
 
제노: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3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제노의 손에 의해 청연의 몸이 난도질 당합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칼질을 멈춘 제노가 천천히 자세를 바로 합니다.
 
GM:청연,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제노:... 일어나.
어차피 다시 살아나죠?
 
청연:응, 응...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 했으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벌벌 떨리는 몸을 추슬러 자리에 일어난다.)
 
제노:이제 좀 싸울 마음이 들어요?
 
청연:... 아니. 미안해.
 
제노:...
근력
기준치: 99/49/19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제노가 당신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립니다.
 
엄청난 힘입니다.
 
순식간에 유리창 쪽으로 던져지면,
 
제노의 나머지 손에서 무언가가 나옵니다.
 
그가 던진 것은...
 
수류탄입니다.
 
회피 판정
 
청연:
회피
기준치: 50/25/10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재빠르게 몸을 날려 수류탄에서 거리를 두기 위해 바닥을 구르지만,
 
수류탄이 폭발하며 전면창이 깨집니다.
 
굉음과 함께 큰 여파가 발생합니다.
 
AOC 건물 창문 밖으로 튕겨져 나온 청연의 뒷목을 타고 식은땀이 흐릅니다.
 
잊고 있었나요?
 
소장실은 최고층입니다.
 
그리고 AOC는 지상 37층까지 있는 빌딩이었죠.
 
교육 판정
 
청연: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타이밍이지만,
 
살던 집 근처의 37층짜리 아파트가 125m 가량이었다는
 
쓸모없고 무서운 정보만 깨우칩니다.
 
청연은 아무 장비도 없이 125m를 그대로 추락합니다.
 
거꾸로 된 세계가 빠르게 스쳐지나고,
 
눈을 질끈 감은 그때...
 
누군가가 당신을 잡아 채 옆건물 창문을 깨고 그대로 난입합니다.
 
사방으로 창문 파편이 파티클처럼 날립니다.
 
팽팽하게 한계까지 당겨진 로프가 탄력 있는 소리와 함께 풀리고,
 
누운 당신의 위로 엎어진 사람이 크게 어깨를 들썩입니다.
 
익숙한 색깔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어지더니,
 
숨을 들이쉬며 몸을 일으킵니다.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코와 코가 가볍게 맞닿습니다.
 
청연, 목호와 재회합니다.
 
청연:...너, 살아있었네.
 
목호:....
 
짧은 침묵.
 
'생전'의 목호와 만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러니까,
 
당신이 AOC 옥상에서 손 하나만 붙잡고 매달려 우언을 남기던 순간이었나요.
 
목호:너야말로 어떻게...
 
감회에 젖을 시간도 없이, 목호는 청연의 멱살을 쥡니다.
 
목호:어떻게 살아있었다고 연락 한 번을 안할 수가 있지?
 
청연:연락? (멍한 얼굴로 허탈하게 웃는다.)
연락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 돌아가야 하는데. 이것 좀 놔봐.
 
목호:돌아가? 제정신인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하나? 아니, 애초에,
싸울 마음이 있기는 한 건가?
 
청연:그렇지만, 제노가...
 
목호:정신 차려! 그건 제노가 아니다!!
 
청연:제노가 아니면 뭔데?
그 애는 제노가 맞아. 제노가 아니라면, 그러면. (그때 너도.)
돌아가야 해.
 
목호:청연, 제발.
... 너를 다시 잃고 싶지 않아.
 
청연:별로 감흥 없는 말이네.
더 준비해둔 말 없어? 없다면 실망인데.
 
목호가 청연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넣습니다.
 
GM:청연, HP -1D3.
 
청연:
rolling 1d3
 
(
1
 
)
 
=
1
 
목호:재회의 인사는 이거면 충분한가?
 
청연:하... 인사가 주먹이라고?
이거 진짜 개자식이네.
 
목호:그래. 나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
 
청연:닥쳐. 이거 놔.
 
그제야 청연의 위에서 비켜선 목호가 손을 내밉니다.
 
청연:(거칠게 손을 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 씨... (목호는 아랑곳 않은 채 뚫고 들어온 창문가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하나.
 
목호:현재 크리쳐의 몸인 것 같군.
청연, 자신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기억하나?
 
청연:... 어떤 마지막? (우뚝, 멈춰 섰다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다.)
네 세상 좀 구해보겠답시고 문자 그대로 몸 갈아 넣었던 때를 말하나?
 
목호:네가... 심해인에게 당했을 때 말이다.
 
청연:심해인? 그게 뭔데?
 
목호:....
 
목호가 설명하는 당신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습니다.
 
잿빛 하늘, 아자토스의 일부가 강림하는 순간. 천둥과 번개가 안전지대에 내리꽂히고 곳곳에 크리쳐가 아닌 괴물돌이 날뛰며 민간인을 죽이고 찢어 삼키던 그때입니다.
 
청연과 목호는 그들을 제압하고 민간인을 구출하며 어마어마한 수적 열세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에서부터 날아온 뾰족한 삼지창이 청연의 배를 뚫습니다.
 
심해인의 웃음소리가 머릿속에 어지럽게 돌아다닙니다.
 
목호가 황급히 당신의 어깨를 붙잡지만, ‘인간'의 몸인 당신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입을 달싹일 때마다 핏줄기가 입에서 흘러나오고, 목호는 당신을 등에 업은 채 자리를 벗어납니다.
 
“내 목소리 들리지, 정신 차려…….”
 
아스라이 멀어지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목호의 등에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목호는 한참이나 당신의 시체를 업고 의사와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고개를 든 청연, 문득 깨닫습니다.
 
목호가 들려주는 과거는 당신이 알던 이야기와 궤가 다릅니다.
 
정신력 판정
 
청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실버, 제노의 이야기와 청연과 목호의 이야기가 바뀌었음'을 깨닫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목호는 당신의 안드로이드를 곁에 두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이야기대로라면...
 
청연은 정말 죽었어야 합니다.
 
조금도 생존의 여지 없이.
 
청연:나... 왜 죽지 않았지?
 
그런데 어째서 테러가 발생한 순간으로 타임리프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잠시 재회의 시간을 나눕시다.
 
목호:지금은 테러로부터 약 3년 정도 지난 상황이다.
아직 사망 횟수를 소진하지 않아 나 역시 크리쳐인 상태야.
 
청연:닥쳐. 그딴 건 안 궁금해. (짜증스럽게 제 머리를 쥐어뜯듯이 헤집다가 괜스레 으르렁거린다.)
하, 진짜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잖아, 최선을 다했었다고...
 
목호:오데트를 구출하기 위해 콘라드와 연구소로 향했더니, 네가 AOC 본부로 향했다고 하더군.
... 너에겐 충격이 큰일이라는 거 안다. (AOC의 최상층을 바라본다.) 하지만 인정해야 해. 더 이상 예전의 제노가 아니야.
 
청연:닥치라고 했지. (핏물이 엉기고, 잔뜩 머리를 헤집어 엉망인 꼴로 노려본다.)
하, 그래도 크게 오래 지난 건 아니네. 그땐 진짜 황당했는데.
...실버는? 걘 죽었어?
 
목호:... 시신조차 확인되지 못했다.
 
청연:하... (손으로 잠깐 얼굴을 감싸쥐곤)
다시 바꿀 수는 없나...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래서, 너희는 뭐 어떻게 하려고.
 
목호:조촐한 인원이나마 일행이 있다.
함께 기지로 가지.
 
청연:싫다고 하면.
 
목호:한 대 더 때려야지 별 수 있나. (어깨를 으쓱인다.)
 
청연:개자식.
파트너 환불해 줘.
 
목호:AS 기간도 지난 마당에 환불은 너무한 처사군.
 
청연:어쩌라고. 그냥 파트너 없는 채로 살아.
3년이면 익숙해질 때도 안 됐나?
아니면 새 파트너라도 찾던가.
 
목호:... 글쎄, 그동안 콘라드와 함께 활동했지만,
역시 내 파트너는 네가 아니면 안되겠더군.
 
청연:징그러운 소리 하네.
 
목호:좋아하면서.
 
청연:시끄러워...
난 이제 더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그게 내 최선이었단 말이야...
그냥 그대로, 세상엔 평화가 찾아왔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낼 수는 없었던 거야?
 
목호: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만, 결말을 납득하지 못 하는 자들 탓에 세상이 이런 상태라서.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이걸 바로잡겠어.
 
청연:... ...가만 생각해보면 다... (네 탓 아닌가? 하고 게슴츠레하게 쳐다본다.)
너 때문에 인생에 되는 일이 없어.
 
목호:(너 때문에 인생에 되는 일이 없다, 그 말에 조금 웃었다가 급하게 제 입가를 가린다.)
 
청연:웃어?
 
목호:큼, 아니, 안 웃었다.
 
청연:처웃었잖아 지금.
근력
기준치: 99/49/19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목호: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9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목호가 민첩하게 피합니다. 샤샥!
 
청연:피해?
죽을래?
 
목호:미안하다. 너무 간만이라 매뉴얼을 잊고 있었군....
 
청연:나 총 있다. 말 잘해라.
하...
(근접전에서 모드 변경하는 중...)
 
목호:진정해다오. 기뻐서 웃었을 뿐이다.
 
청연:그게 더 열받아.
 
목호:그런, (그렇군. 중얼거리곤 품을 뒤적이다가 만다. 안타깝게도 간식을 전부 두고 왔다.)
 
청연:내가 매뉴얼인지 지랄인지 집어치우랬지!!!
 
목호:그렇지만 꽤나 효과가 좋지 않나?
 
청연:내가 너 오늘 크리쳐에서 인간 만들어준다.
 
목호:그런 사적인 일은 기지로 돌아가서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슬슬 움직이지. 장소는 너도 이미 알고 있다.
예전에 같이 살던 곳이니까.
 
청연: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넌 네 듣고 싶은 대로 듣겠지.
마음대로 해라 진짜.
...제노 보고 싶어...
 
가는 길은 무척 익숙합니다.
 
여전히 어수선한 길거리 곳곳에는 그리운 가게나 건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행성이 나타나고, 지구 멸망이니 뭐니 세상이 어수선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네요.
 
낯익은 연립 빌라 안으로 들어와서 4층,
 
가장 안에 있는 룸의 문을 열면 벽을 억지로 허물어 두 집을 합친 듯한 공간이 나옵니다.
 
일반 대원으로 보이는 사람 열 명 남짓,
 
콘라드, 그리고 침대 위에 누운 오데트가 있습니다.
 
목호가 청연을 데리고 그 안으로 들어옵니다.
 
콘라드가 청연을 보고 가볍게 눈짓합니다.
 
옛 동료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네요.
 
청연:새롭게 좆같네...
 
... 비록 좋은 사이는 아니었을지라도!
 
청연:이 비좁은 곳에 꾸역꾸역 들어와 있는 거 봐.
 
콘라드:다시 보니 반갑네요.
 
콘라드가 눈을 피하며 인사합니다.
 
목호가 겉옷을 벗어 걸어두며 그와 대화합니다.
 
목호:오데트는 좀 어떻지?
 
콘라드:여전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청연 씨, 오데트는...
왜 오데트만 연구실에 있었던 거죠?
 
청연:...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지만, 걔가 날 구해줬어.
그런 몸 상태로, 자기나 챙길 것이지.
 
콘라드:제 말이 그겁니다.
그렇게 쇠약해진 상태의 애를 왜 혼자 놔두고 가셨냐고요.
저는 그걸 묻고 있는 건데요.
 
청연:아니 지금 말하잖아. 죽을래? 내 말 끊지 마.
아니 아무튼. 걔가 나보고 지원이 올 테니까 자기 두고, 먼저 가보라고 했었다고.
그리고, 그리고 거기서...
아무튼 그랬어. 애가 저 꼴인데 말만 듣고 두고 간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변명하자면, 내가 지금 좀... 혼란스러워서. 깊게 생각할 처지가 못 되거든.
 
콘라드:... 됐습니다. 저도 미안해요.
아무튼 청연 씨 탓은 아닌데... (생각이 복잡한지 제 머리를 헤집는다.)
 
목호:... 제노와 종교의 낌새가 좋지 않아. 잠입을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음 임무에 관해 설명하지.
여태 우리가 조사한 결과, 지금 다가오는 행성과 종교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최우선은 다가오는 멸망의 진상 규명 및 대처 방안 모색.
최악의 경우에는...
 
행성은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아니, 착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목호는 빈 탄창을 바닥에 던지며 말합니다.
 
목호:전면전까지 각오하도록.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전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청연:진짜 지긋지긋하다...
뭘 어떻게 해야 끝나는 거지.
 
목호:싸워야지. 우선 종교 집단에 잠입할 거다.
청연, 함께 갈 거지?
 
청연:...
하... 싫다고 해도 데려갈거잖아.
또 사람 열받게 그럼 어쩔 수 없지...
파트너가 있지만 또 콘라드 머시깽이랑... 누구랑... 어쩌고 저쩌고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죽일까...
 
콘라드:이봐요 다 들리거든요.
 
청연:어쩌라고. 너도 죽을래?
 
콘라드:....
 
청연:죽기 싫으면 닥치고 있어.
 
목호:청연.
 
청연:안 들려.
 
목호:동료에게 그런 말투는 좋지 않다.
 
청연:누가? 쟤랑 내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손가락으로 번갈아 가리킨다.)
헛소리 하지 마.
 
목호:난 두 사람의 사이가 제법 좋다고 생각했다만.
 
청연:이것봐, 또 빡치게 굴기 시작하네.
 
목호:늘 있던 일이지 않나. 익숙해지도록.
 
청연:이자식 열받게 군다는 자각이 있었다고?
 
목호:내가 일부러 그렇게 군다는 생각은 안 한다만... 너와 함께 있을 때 나름의 매뉴얼을 정립한 거지.
 
청연:하........ (이젠 화내기도 지쳐서 손으로 얼굴 감싸쥠)
가자 가. 진짜 이번만 세상 구하고 너랑 연 끊을 거야.
 
목호:그래. 나도 네가 좋다.
 
청연:꺼져.
 
───────  ───────
 
잠입 인원은 청연과 목호 두 사람으로,
 
콘라드는 의식을 잃은 오데트의 곁을 지키고자 숙소에 남습니다.
 
떠나기 전, 콘라드가 청연에게 다가옵니다.
 
콘라드:저기, 다시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어서요.
이해해달라곤 안 할게요. 저에게는 오데트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테러 당시 그를 구하지 못하고, 안전지대에 뒤늦게 도착해서 찾아 헤매던 지난 2년이 길고 후회스럽기까지 해요.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내 손을 떠나서 크게 다치거나 망가져버렸을 때의 기분.
누가 이해해줄 수 있겠어요.
 
청연:...알아. 그리고 상관 없어.
너 내가 목호랑 다시 만나기 전까지, 누구랑 마주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꼭, 그 애가 아니더라도...
됐다. 그렇게 후회되면 이제라도 잘 챙겨.
이젠 정말로, 놓치면 다신 못 찾을지도 모르니까.
 
콘라드의 얼떨떨한 감사 인사를 뒤로 하면,
 
목호는 청연에게 종교인이 입을 법한 하얀 의복을 건네줍니다.
 
수수한 성당 성가대복 같은 옷인데,
 
몸통 부분이 넉넉할 뿐만 아니라 팔부분의 소매폭이 무척 넓고 하늘하늘거립니다.
 
굉장히 안 어울리네요.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는 분해해서 큰 부품별로 허리띠에 둘러줍니다.
 
브리핑이 시작됩니다.
 
잠입 장소는 이곳에서 몇십 km 떨어진 A시의 공터,
 
그 부근에 지하 벙커로 향하는 통로가 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도착지는 청연과 목호에게 지나치게 낯익은 장소입니다.
 
빈 공터, 목호와 똑같이 생긴 크리쳐가 나왔던 곳,
 
기습당해 멀리 날아간 목호가 벙커의 입구를 발견해 시민들을 구해낸 그 장소와 거의 일치합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벙커의 입구가 예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는 점일까요.
 
묵직한 쇳덩이로 된 문을 열면,
 
그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은 제법 '제대로'되어 있어,
 
예전의 벙커를 확장하고 재구축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여러 갈래의 복도가 개미굴처럼 뚫려있는데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방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 할지 감이 안 올 정도로 말이에요.
 
그때, 손목에 착용한 휴대용 PC가 반짝거리더니, 작은 지도가 공유됩니다.
 
콘라드로부터 통신이 도착했습니다.
 
콘라드:그 종교의 내부 시스템을 해킹해서 CCTV를 분석한 결과 내부 구조도를 보내드립니다.
대부분 평범한 신도들의 방이라 조사할만한 구역을 한정할 수 있었어요.
미사 시간 내로 제가 체크한 곳만 확인해서 빠르게 빠져나오세요.
 
전해 받은 지도를 통해 역사자료실, 수행실, 신전, 간부실, 교주실에 갈 수 있습니다.
 
청연:옷 구려... (아직도 꿍얼거리면서 옷자락 매만지는 중)
신전이 뭐야. 사이비 진짜 가지가지 한다...
일단... 간부실이나 교주실 같은 게 직빵 아냐?
 
GM:그럼 간부실 먼저?
 
청연:빨리 끝내고 이 구린 옷 벗어야지. 가자.
 
간부실입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사무용품이 놓여 있습니다.
 
청연은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있는 폴더를 뒤질 수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청연:진짜? 하 씨...
자료조사
기준치: 40/20/8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아오.
그래 나 시대에 뒤쳐져서 이젠 컴퓨터도 못 만진다.
 
목호: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멍청...)
 
청연:왜 우리가 잠입한거지.
 
목호:콘라드와 오길 바란 건가?
 
청연:그게 덜 빡쳤을 듯...
 
목호:(속상!)
 
청연:(어쩌라고! 턱에 호두 박음)
 
다시 자료조사 판정
 
청연:
자료조사
기준치: 40/20/8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음?
 
음?
 
어떤 녹취록을 발견합니다.
 
제노와의 대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소는 소장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제노가 힘겹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간부로 추정되는 사람이 책상 위에 서류를 올리고 말을 이어나갑니다.
 
간부:당신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제노:청연 씨는 이미 죽었어요.
 
간부:아닙니다. 분명히 데려올 수 있으니 저희를 믿어주세요.
실버 씨가 두고간 세상을 지키고 싶지 않습니까?
 
제노:이런 개...
웃기는군. 안전지대는 당신들이 저지른 테러로 인해 붕괴되었어.
 
간부:어쩔 수 없었습니다. 특이점의 영웅을 소환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희생은 불가결하니까요.
 
제노:내가 당신들에게 협조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간부:그럼 이건 어떤가요, 제노 씨.
청연 님이 돌아온다면 당신은 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죽일 수 있을 만큼의 강자는 이 세계에 더는 없으니까요.
 
제노:.......
 
간부:중앙 관리 체제를 빌려주시죠.
 
제노의 얼굴에 자포자기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사실은 이런다고 실버는 살아 돌아오지 않는건 알고있을 것입니다.
 
다만, 눈을 통해 파고든 악신 때문에 이성적인 생각은 불가능한 거겠죠.
 
목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청연을 쳐다봅니다.
 
청연 역시 어쩌다 제노가 이렇게 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겠지만요.
 
간부실에서 더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없으니, 빠르게 이동합시다.
 
청연:(멍하니 화면을 바라본다. 겨우 질질 끌려가는 형태로나마 기력을 차리고 움직이는 듯싶었으나, 몇 분 채 되지 않는 녹취록에 모조리 빨려 들어간 것만 같았다.)
... ...
 
목호:... 청연, 괜찮나?
 
청연:왜...
왜 항상, 나는 이렇게나 늦는 거지.
어째서 세상이 이렇게 내게 잔인하지...
그 애랑 한 약속을 하나도 지킬 수가 없었어.
쓸모가 없네.
 
목호:아니,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 제노를 구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건 너뿐이다.
 
청연:가능하다면 나는, 온전한 형태로 구해주고 싶었어.
그 애도, 그리고...
...
교주실로 갈까.
 
두 사람이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잘못 밟았는지 자동으로 홀로그램 입체 영상이 재생됩니다.
 
방 전체에 검은 우주,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이 투영됩니다.
 
굵직한 중년 남성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들려옵니다.
 
저 행성은 사실은 잠든 신들의 요람입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행성 외에도 6개의 거대한 행성들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즉, 일곱 악신들이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다녀간 흔적에 이끌려 모여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수많은 세계선의 크리쳐 사태, 그리고 그 끝으로 이어지는 멸망의 유력한 사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행성이 끝이 아닙니다.
 
총 7개의 행성들이 차츰차츰 가까워집니다.
 
3D 그래픽 영상들이 두 사람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가며 각기 다르게 생긴 행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가오는 행성들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합니다.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들은 청연과 목호,
 
이성 판정, 1D3/1D5
 
청연: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rolling 1d3
 
(
2
 
)
 
=
2
 
목호: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3
 
(
1
 
)
 
=
1
 
청연:하... 그 미친 거대촉수괴물 같은 거 때문에 다 망했어.
되는 일이 없네...
 
목호:다음은 자료실을 볼까.
 
청연:네 마음대로 해. (착 가라앉은 채로 질질 끌리는 발걸음을 옮긴다.)
 
크리쳐 사건 발발 이후, 등장한 모든 상급 크리쳐와 일반 크리쳐, 그리고 대부분의 크리쳐 사건에 관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습니다.
 
크리쳐를 향한 광적인 열의와 연구는 AOC 못지 않습니다.
 
대부분 청연과 목호 역시 숙지하고 있는 지식입니다만, 청연이 아는 과거와 ‘특별히’ 달라진 부분이 있지 않나요?
 
어떤 날을 기점으로.
 
정답은 아자토스의 찌꺼기 강림 사건과 안전지대 테러 사건입니다.
 
두 파일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청연:으... 징그러워서 보기 싫은데. (강림 사건 파일부터 살펴본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강림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AOC의 연구가 외계신을 소환하는 초석이 되었다는 것부터 진행 과정과 결과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실버와 제노는 헬기를 타고 바로 옥상으로 직행했으며, 거기에는 발을 저는 늙은 연구원 하나가 동승했다고 합니다.
 
이후로는 청연도 아주 잘 아는 전개가 이어집니다.
 
'그들은 한껏 저항했으나 외계신에게 이기지 못했고,
 
실버가 희생하였으며, 제노는 홀로 남았다.'
 
그 사건에 휘말려 '사망'한 AOC 대원들에 관해서도 기록되었습니다.
 
정면을 보고 있는 청연의 증명사진 역시 그 페이지에 끼어있습니다.
 
기묘하게도, 붉은 글씨로 청연의 사진 위에 '특이점의 영웅'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청연:언젯적 사진이야 이거. (별 감흥 없는 얼굴로 페이지를 휙휙 넘긴다.)
영웅 소리도 물린다 이제.
 
마지막에는 천문학 관측이라는 단어와 함께 휘갈겨 쓴 문장이 눈에 띄네요.
 
'계측할 수 없는 거리의 우주 너머에서 지구까지 보낸 신호 확인'
 
‘외계의 크리쳐?'
 
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니, 외계에 무언가 있다면 그건 크리쳐가 아니라 외계인 아닐까요....
 
말을 맙시다.
 
청연:외계인이든 크리쳐든, 아무래도 상관 없어. 다음. (다른 파일을 열어본다.)
 
안전지대 테러
 
이 파일에는 화재 재료의 조달, 경로 장악, 신 정부 사람들과 대다수의 AOC 대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날을 비롯해 그날의 상세한 계획이 적혀 있습니다.
 
옆으로 한 장 넘기면, 안전 지대 전체를 상공에 찍은 듯한 지도에 화재의 시작 지점을 표기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둥근 모양입니다.
 
오컬트 또는 교육 어려움 판정
 
청연: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목호: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멍청...)
 
청연:전투요원한테 뭘 바라.
 
목호:... 어떤 마법진이나 주문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청연:AOC에도 이런 거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풍경입니다.
 
일렁이는 불꽃,
 
곳곳에서 난무하는 비명소리,
 
그리고 누구든 제발 대답해달라고 빌던 목호의 목소리까지.
 
그건 청연의 정신을 잃기 직전, 마지막 기억이기도 합니다.
 
청연:... (짜증스런 얼굴로 벅벅 목을 긁는다.)
 
목호는 파일에 붙어있는 청연의 증명사진을 떼어냅니다.
 
그는 풀칠이 된 듯 끈적끈적한 뒷면을 잠시 만지더니,
 
허리띠에 고정한 검날 손잡이에 그것을 붙여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청연:(얼굴을 찌푸린 채 쳐다봄..) 뭐하냐?
 
목호:부적 같은 거지.
 
청연:내놔. (으! 징그럽다는 얼굴로 빼앗으려 손을 뻗는다.)
 
목호:(몸을 휙 돌려 피한다.)
 
청연:피해?
 
목호:그치만.... (부러 말끝을 흐리고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청연:그치만 뭐. 어쩌라고. 안 내놔???? (으르르르릉)
 
목호:흠, 이상하군. (알려준 방법대로 했는데 안 통하는걸. 그렇게 중얼거리곤 못 들은 척 먼저 방을 나선다.)
 
청연:야이새끼야!!! (나름대로 잠입 중이란 걸 의식하긴 한 건지, 작은 소리로 화를 내며 쫓아간다.)
 
청연은 목호를 쫓아 수행실로 향합니다.
 
신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정신을 갈고 닦는 방이라고 대외적으로는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문을 열면 친숙한 느낌의 휴게실 같은 분위기입니다.
 
현재 미사중이므로 사람은 없습니다.
 
벽면에 사진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습니다.
 
청연과 목호가 입은 것과 비슷한 옷을 입고,
 
다양한 신도들과 가족처럼 다정한 표정으로 웃으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런 온기 어린 시선과 얼굴로 안전지대에 테러를 일으킨 종교라 생각하니, 어쩐지 소름이 끼칩니다.
 
정신력 판정
 
청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청연은 유달리 사진에 많이 찍힌 열렬한 신도들 몇몇의 얼굴이 낯익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나는 것은 이쪽을 바라보던 일부의 선망 어린 시선들,
 
당신의 손을 잡고 구출되던 벙커 속의 시민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AOC나 정부 조직이 아닌데도 청연이 크리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일반인들입니다.
 
그도 그럴게, 모두의 앞에서 광기 발작을 일으켜 목호와 치고받고 싸웠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벙커에 종교 시설이 세워진 이유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죽지 않는 자신들의 구원자에 멋대로 어떤 기대와 어떤 열망을 품었는지는, 당신은 모를 일입니다.
 
목호:미안하다. 비밀유지에 미숙했어.
 
청연:... 됐어. 거기서 그 짓거리를 한 내 잘못이지. (작게 토할 것 같다며 중얼거리곤, 이미 빨갛게 변한 목덜미를 연신 긁어댄다.)
 
목호:청연. 그만. (당신의 손을 잡아 멈춘다.)
 
청연:뭐야, 놔. (짜증스런 얼굴로 쳐다본다.)
 
목호:곧 상처가 날 것 같다. 그만하는 게 좋겠군.
 
청연:어차피 금방 나을 텐데 무슨 상관이야.
아, 그래... 저렇게 열성적인 신도가 된 거면, 나름대로 이 사이비 단체 내에서도 발언권이라던가 있지 않을까?
쟤네 앞에서 또 죽었다 일어나주면 자지러지겠는데...
 
목호:그만둬라. 그런 짓.
별로 보고 싶지 않아.
 
청연:왜? 쟤네랑 편먹으면 일이 쉬워지잖아.
보기 싫으면 넌 잠깐 다른 곳 가있던가.
 
목호:같은 편이 되리란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그렇게 원한다면 이번엔 내가 죽어 보이지.
 
청연:... ... ... (우뚝, 서서 무표정으로 잠시간 응시한다.)
저 녀석들이 열광하는 건 나잖아, 네가 죽어봤자라고.
 
목호:왜지? 그 파트너까지 크리쳐가 되었다고 하면, 더 기뻐하지 않겠나?
아니면 역시 내 죽음은 보고 싶지 않아?
자신의 죽음은 그리 쉽게 입에 담으면서?
 
청연:보고 싶지 않아.
널 포함해서, 누구도...
내 목숨 몇 개 갈아 넣는 정도로 너희가 죽는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있다면 싼값이잖아. 언제나 그래왔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러지 마. (버석한 얼굴로 애써 입꼬리를 비틀어올린다.)
 
목호:청연.
네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나도 네가 소중하다.
넌 그걸 너무 쉽게 잊는 것 같아.
 
청연:그랬으면 두고 가지 말았어야지.
넌 정말 최악의 파트너였어.
두 번 다시는,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아.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두고 가 보려고 노력 중인데. 왜, 싫어?
 
목호:싫다. 당연한 말을 묻는군.
내가 언제 너를 두고 갔다고...
절대 두고 먼저 가지 않으마. 약속해.
 
청연:됐어... 이제 내 안의 네 신뢰도는 0거든?
두 번 다시는 네 말 안 믿어.
 
목호:이런. 신뢰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청연:글쎄... 일단 입 좀 닥쳐봐.
 
목호:(고개만 끄덕인다.)
 
청연:입을 닥쳐도 열이 받네. 왜일까...
 
목호:그럼 그냥 다시 말하마.
 
청연:하... (꼴받은 얼굴로 목호 두고 신전인지 뭔지 찾아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미사 중인 신전입니다.
 
내부에 특별한 조사 스팟은 없지만, 그들의 기도와 미사 내용을 조금 엿들을 수 있습니다.
 
두꺼운 문 너머로 엿듣거나, 지각한 신도인 척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청연:징그러워서 들어가기 싫어. 엿듣자.
 
듣기 판정
 
청연: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크리쳐는 신이 지구로 내려와 자신의 몸을 나눈 형태, 악한 인간들을 징벌하고 선한 인간을 지키는 신수다.
 
그리고 개중에서 특별히 ‘신의 사자’로 선택받은 사람들이 크리쳐가 된 인간이다.
 
특이점의 영웅 역시 그러한 신의 사자 중 하나이다.
 
듣기 판정
 
청연:? (황당한 얼굴로 목호 보고 자기 손가락으로 가리킴)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목호:(흘긋 보고 다시 문 너머로 귀 기울임)
 
머나먼 차원의 행성들이 일렬로 이동하고 있다.
 
그 궤도가 일치하는 순간,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다.
 
행성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는 날까지는 앞으로도 100년 남짓 남았지만, 미사가 끝나면 ‘개시'하여 그 날을 오늘로 앞당길 것이다.
 
듣기 판정
 
청연: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간 우리가 해온 일들은 다름이 아닌 오늘을 위해서이다.
 
행성이 일렬로 서고 하늘이 덮이는 순간 우리들의 숙원은 이루어진다.
 
...
 
밖에서부터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함께, 제노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제노:안전 지대의 시민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긴급 소집입니다.
시민 여러분은 전부 A시의 광장으로 모여주세요.
불응하는 자는 강경하게 처벌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광장으로 전부 모여주세요.
 
의복을 벗어 던지고 황급히 거리로 나갑니다.
 
제노가 직접 무언가 공지하는 일은 없었던 건지, 당황하는 표정으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 멀리서부터 안드로이드 군단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표정 없는 얼굴의 안드로이드들이 어물쩍거리는 시민들을 하나씩 끌고 데려갑니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습니다.
 
제노와 저 대군을 제압해야 합니다.
 
다행인 점은 청연이 중앙 관리 체제를 제압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거겠죠.
 
청연:방법을 알면 뭐해. 난 제노랑 싸우고 싶지 않아...
 
목호:방법을 알고 있다고?
 
청연:알기만 하겠어? 직접 실행까지 해봤지.
 
목호:어떻게 하면 되지?
 
청연:...내가 하는 말을 믿어?
이게 맞는 방법이 아니라면, 거짓말이라면?
아까부터 이상한 말만 하고 있잖아. (부러 비아냥거리듯 굴었다.)
 
목호:당연히 믿는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하는 말인걸.
 
청연:...하. 짜증나.
저걸, 제압... 그러니까 부수기 전에, 체제를 보호하고 있는 쉴드부터 부숴야해.
정말로, 그러고 싶진 않지만.
 
목호:쉴드는 어디에서 어떻게 부수면 되지? 탄환으로 충격을 주면 되는 건가?
 
청연:쉴드의 약점을 노려야 해.
그러지 않으면 그게 괜히 쉴드겠어? 부서질 리가 없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AOC 건물과 X 제약 회사의 옥상에서 파괴할 수 있어.
우린 별다른 힘이 없으니까, 탄환을 써야겠지.
 
목호:내가 AOC 옥상으로 향하겠다.
청연, X 제약 회사를 부탁하마.
 
청연:둘 다 싫어.
(울고싶다, 그렇게 쓰여있는 얼굴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목호:청연. 해야만 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건 제노가 아니야.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알 수 있어.
우리가 알던 제노는 악의에 먹혀 고통받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멈춰야 해.
 
청연:나도 알아.
하지만 적어도, 여기 있긴 하잖아.
...하긴 할 거야. 네 말대로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목호:곁에 살아있기만 하다면 그가 받는 고통은 어찌 되어도 상관이 없나?
죽음을 옹호하는 게 아니야. 다만... 방법이 이거 뿐이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
 
청연:... ... ... (잔뜩 굳어선, 일렁이는 두 눈으로 목호를 응시한다.)
나도, 안다고 했잖아.
 
목호:... (미안하다, 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굳이 하지 않았다. 어쭙잖은 위로 같은 건 지금 와서 소용이 없다고 느껴졌으므로.)
강해져라, 청연. 넌 할 수 있어.
출발하지.
 
청연:그 말을 지금까지 열댓 번은 더 들은 것 같네.
할 수 없었지만.
(낮게 웃는 소리와 함께 출발한다.)
 
근처에 주인 없는 바이크가 굴러 다니니, 아무거나 골라 탑니다.
 
그리고, 여기서 목호와는 이별입니다.
 
몸 조심하고 주의하라는 대화라도 넉넉히 해둡시다.
 
청연:죽을 거면 내 손에 죽어.
 
목호:꼭 그렇게 하마. (작게 웃었다.)
... 청연.
제대로 된 인사도 못 나누고 헤어지는 건 이제 싫다.
그러니까 너도 약속해다오.
두 번 다시 두고 가지 않겠다고.
 
청연:싫은데? (비죽, 웃었다.)
난 못 지킬 약속 안 해. 애초에 내가 지킬 수 있는 약속도 몇 개 없었고.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으면, 힘내서 빨리 해치우고 날 찾아오던가.
 
목호:찾아가마. 네가 몇 번이고 날 버려도, 절대로.
 
거리 곳곳에서 총 소리가 들립니다.
 
콘라드와 통신이 연결됩니다.
 
지금 안드로이드 대군이 시민들을 끌고 가며,
 
거부하거나 저항하면 사살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둘러 X 제약회사로 가야 합니다.
 
───────  ───────
 
거리에는 안드로이드 군단이 가득합니다.
 
길거리 곳곳을 누비면서 안드로이드를 제압하고, X 제약회사까지 도달하세요!
 
WARNING : 전투 발생!
 
40체의 안드로이드와 조우합니다.
 
GM:여기서 잠깐,
펄프 룰에 따라 분리해둔 무기는 쌍수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청연은 자신의 턴에 2회 공격이 가능합니다. (각각 도검, 사격 판정)
별도의 페널티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반격 시 택 1)
 
청연:하... 이렇게 많이 몰려나온다고?
이 말 백 번은 더 한 것 같은데, 지긋지긋하다고!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피해: 12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근거리 개량)
기준치: 75/37/15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눈의 검
rolling 1d5
 
(
5
 
)
 
=
5
 
8체의 안드로이드가 청연의 손에 녹아내립니다.
 
그러나 남은 적이 가득합니다!
 
에너미:
rolling 1d3
 
(
3
 
)
 
=
3
 
안드로이드들이 청연에게 우르르 달려듭니다.
 
야 저리 안 꺼져?!
 
GM:HP -3.
 
청연:아 진짜!!!
왜 맨날 이렇게 다굴 당해야 하냐고!! (으득 이를 갈며 악을 담아 방아쇠를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근거리 개량)
기준치: 75/37/15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눈의 검
rolling 1d5
 
(
3
 
)
 
=
3
 
21체의 안드로이드들이 청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이제 적이 절반도 남지 않았습니다.
 
에너미:
rolling 1d3
 
(
2
 
)
 
=
2
 
아 따거! 그만 때려!!
 
GM:HP -2.
 
청연:이래서 옷을 검은색으로 입어야 해.
피 마를 날이 없으니까!!! (아 따거! 몸서리를 치며 전진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4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근거리 개량)
기준치: 75/37/15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눈의 검
rolling 1d5
 
(
5
 
)
 
=
5
 
자리에 남은 것은, 안드로이드였던 것들의 흔적뿐입니다.
 
냉기가 감도는 한복판에 청연만이 바로 서있어요.
 
다시 안드로이드 군단이 덤벼듭니다!
 
WARNING : 전투 발생!
 
41체의 안드로이드와 조우합니다.
 
어림잡아 보면 아까와 비슷하군요.
 
청연:아 지친다... 나도 좀 평화롭게 가자.
근데 지금 이 상황 보면 나 혼자 평화로우면 안되긴 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피해: 11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근거리 개량)
기준치: 75/37/15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6
눈의 검
rolling 1d5
 
(
3
 
)
 
=
3
 
처음에 자꾸 실패하는 건 여유를 보여주기 위해서?
 
약간의 안드로이드들이 공격에 쓰러집니다.
 
남은 녀석들이 청연을 제압하기 위해 사지를 붙듭니다.
 
에너미:
rolling 1d3
 
(
1
 
)
 
=
1
 
GM:HP -1.
 
청연:뭐지? 간지럽힘?
(의아한 얼굴로 보다가 멋진 근력으로 뿌리치고 뚜.벅뚜벅 에너미 안드로이드들에게로 걸어간다... 최고의 무기를 들고.)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0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근거리 개량)
기준치: 75/37/15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눈의 검
rolling 1d5
 
(
1
 
)
 
=
1
 
순식간의 적의 수가 줄어듭니다.
 
살상탄에 파괴되고, 청연의 손 아래 녹아내리고,
 
남은 것은 단 7체.
 
에너미:
rolling 1d3
 
(
1
 
)
 
=
1
 
아아, 마지막 발악이 간지럽군...
 
GM:HP -1.
 
청연:(파리 쫓듯이 대충 손을 휘저어서 마지막 발악을 털어낸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8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근거리 개량)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살상탄이 펑, 펑, 터집니다.
 
정확히 적의 머리를 꿰뚫습니다.
 
안드로이드들이 저항 없이 무너지고, 남은 적은 없습니다.
 
청연은 제약 회사에 도착합니다.
 
쉴드를 파괴하기 위해 황급히 옥상으로 올라가던 중,
 
청연은 제노에게 기습당합니다.
 
굉음과 함께 벽이 부서지고,
 
당신을 옥죈 두 팔이 끝없이 아래로 끌고 내려갑니다.
 
두 사람은 건물 바닥을 뚫고 연구소까지 떨어집니다.
 
이 층은 당신이 깨어난 곳입니다.
 
차가운 바닥을 걸어오는 구두 소리가 앞 뒤에서 들립니다.
 
간신히 몸을 추스른 청연의 앞에는 제노가 있습니다.
 
인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보면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있습니다.
 
교주:아아, 저를 기억하십니까?
정말로...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바로, 당신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본 사람입니다.
 
교주는 황홀한 표정으로 연구소에 있는 크리쳐들의 실험관을 매만집니다.
 
교주:정말 다행히, 모든 크리쳐가 증발되어 사라질 때 이들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보호된 거죠.
아 그렇지, 뭔가 궁금하신 거라도 있습니까?
성심성의껏 대답하겠습니다.
 
청연:징, 그럽게 씨발... (퉷, 피 섞인 침을 뱉어낸다.)
날 손수 저기 집어처넣은 것도 너일 거 아냐?
 
교주:그렇습니다. 우리들의 차원에서 당신이 불의의 사고로 수명을 다해 죽어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차원에서 다시 당신을 데려왔습니다.
 
청연:...하. 하하! 아하하!!
이 빌어먹을 개자식들이....
 
이곳은 어떤 선행 조건으로 인해 '청연이 죽은, 영웅이 없는 세계'.
 
즉 타임 리프 같은 게 아닌, 평행 세계입니다.
 
청연은 깨닫습니다.
 
제복이 목호와 다른 디자인이었던 이유,
 
무기의 사용 방식이 낯설었던 이유,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겠죠.
 
이곳은 당신이 알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다른 AOC입니다.
 
이성 판정, 1D3/1D5
 
청연: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3
 
(
1
 
)
 
=
1
 
교주:원래 청연 님께서 있던 세계는 멸망했습니다.
크리쳐가 지구에 나타난 모든 세계의 지구는 멸망하죠.
정확히는 당신이 살아있는 모든 우주가 말입니다.
 
그렇다면 원래 차원에 혼자 남겨진 목호는?
 
제노:죽었겠죠, 모두 멸망했다고 하니까.
 
제노가 당신의 의문에 답합니다.
 
이성 판정, 1D8/1D10
 
청연: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rolling 1d8
 
(
3
 
)
 
=
3
 
교주:우리는 상급 크리쳐였던 인간-오데트로부터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추출,
종교 내 연구원들의 인력을 총동원해 시공간을 헤집고 열어 소환할 아티팩트를 개발해냈습니다.
다만 이 아티팩트를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필요해서요...
그래서 우리는 안전지대 사람들의 목숨을 제물로 당신을 소환하기로 했습니다!
 
이성 판정, 1D10/1D20
 
청연: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교주:아아, 그리고 소환에 성공한 뒤에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신을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는 곳에 봉인했어요....
다가오는 것의 정체는 크리쳐들의 진정한 신.
신들은 '특이점' 그 자체인 청연 님을 화신으로 삼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모두의 죽음과 멸망을 발판 삼아 외계의 신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군림해주길 바라요!
당신은 가장 강하니까, 그리고 아름다우니까!
 
이성 판정, 1D20/1D30
 
청연:
SAN Roll
기준치: 36/18/7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0
 
(
2
 
)
 
=
2
 
큰 충격으로 인해 눈앞에 환각이 어른거립니다.
 
유리 안에 박제된 당신은 영원히 죽지 못한 채 멍하니 우주 아래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귀부터 들어온 신들의 목소리가 뇌를 지나 흘러들어옵니다.
 
“어때, 영원한 건 좋지?”
 
음성은 애달픈 신도들의 구걸로 바뀝니다.
 
우리를 구했잖아 그러니 우리의 요청을 들어줘 당신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그걸로 당신이 완벽해진다면 세계의 질서를 위해 홀로 살아남아 마지막 남은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해 그리고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혼자 고통 받는 거야
 
뒤에서부터 나타난 수많은 손들이 당신의 팔을, 몸을, 다리를 잡아당깁니다.
 
하늘거리는 소매가 드러나면서 보이는 이리저리 비틀린 관절들이 기괴합니다.
 
붉게 거품이 올라오거나 썩은 흔적이 역력한 팔들이 대부분입니다.
 
크리쳐를 동경한 나머지 스스로 팔에 크리쳐 세포를 억지로 주입한 후유증입니다.
 
교주:여기까지 왔는데 설마 반항할 생각은 아니겠죠?
당신을 소환하느라 일으킨 화재 때문에 몇 명이 죽었는데,
그걸 의미 없게 만들 생각인가요?
아, 물론... 이미 늦었어요.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습니다.
정해진 각본대로 여긴 멸망하고,
 
교주:당신은 가장 먼저 도달하는 신의 선택을 받는 겁니다!
 
...
 
GM:광기: 인간 혐오를 공개합니다.
 
청연의 HP와 이성이 0이 됩니다.
 
───────  ───────
 
이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검은 장소.
 
눈을 떠도 감아도 오로지 검은 어둠만이 당신을 반깁니다.
 
누군가는 이 장소를 무의식의 결정체라고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이 세계의 진정한 정체라고 부를 것입니다.
 
청연은 누웠습니다.
 
천장에는 어째서인지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털 하나 없는 살덩이 위로는 진물이 흐르고, 드러난 눈알은 번들거립니다.
 
내장덩어리 같은 것들이 호흡할 때마다 위 아래로 들썩입니다.
 
이것이 당신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시꺼멓게 녹아내리는 어둠 속, 녹색 눈만이 흉흉하게 빛납니다.
 
질투와 시기의 색.
 
이 얼마나 추한가요.
 
말을 하고 싶어도 입을 열면 죽어가는 크리쳐의 앓는 소리만 흘러나올 뿐입니다.
 
전신이 피투성이로,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죽고, 죽고, 또 죽어간 끝에 남은 것은 결국 이런 결말입니다.
 
...
 
그때, 천장의 화면 위로 글씨가 드러납니다.
 
RETRY : PRESS ANY KEY
 
코인0
 
물론 재개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이런 모습으로는 기어가는 게 고작일 뿐입니다.
 
지불할만한 재화도 없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곁을 지켜주는 사람도 없이 그저 호흡합니다.
 
그렇게 십 년이 흐릅니다.
 
아니, 백 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천 년,
 
만 년,
 
일억 년,
 
어쩌면 몇 초였을지도 모르는 순간이 지납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의 인영이 가까이 다가와 당신의 곁에 앉습니다.
 
그는 혐오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차분한 표정으로 당신에게 물을 주고 담요를 덮어줍니다.
 
미노:저기...
누가 그러는데, 내가 세계를 구했대요.
난 그냥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인데.
어쩌면 그 행동도 그저 프로그래밍된 성격과 행동 양상에 따라 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는 순간엔 여태까지 중에서 제일 살아있다고 느꼈어요.
어쩌면 나는 줄곧 영웅 같은 게 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미노:영웅의 삶은 많이 힘든가요?
 
미노는 딱히 대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열흘 동안 당신의 곁을 지킵니다.
 
어쩌면 10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흐르자, 미노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미노:이만 가야할 것 같아요.
함께 있어서 즐거웠어요.
... 그리고, 이거 드릴게요.
 
미노가 천장에 뚫린 틈새에 은색 동전을 밀어넣습니다.
 
코인1
 
당신은 도로 눈을 감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날들이 다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다녀갑니다.
 
미고:이런, 주무시고 계셨군요.
안 좋은 타이밍에 찾아뵈었네요.
그래도 다시 뵈어서 정말 기쁩니다.
정말 멋진 활약상이었어요.
특히, 목호 님께 맞서 싸워 활약할 때에는 아무리 저라도 손에 땀을 쥐고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잘것 없지만 상영료입니다.
 
코인2
 
실버:쉿, 방해하지 말자.
제노, 이쪽으로 와.
 
제노:... 간만에 얼굴 보고 대화하고 싶었는데 아쉽네.
 
실버:그래도 당신은 많이 얘기한 축에 속하지 않아?
난 그때 헬기에서 만나본 게 마지막이었다고.
 
제노:그거랑 이게 같아?
따지고 보면 애초에 네가 죽...
...
실버, 넌 늘 이런 식이지.
 
실버:화내지 말고, 자. 여기에 넣어.
 
코인3
 
코인4
 
얇은 담요 위로 두툼한 이불이, 또 베개가 생기고,
 
작은 그릇에 물과 빵, 통조림이 쌓입니다.
 
그로부터 하염없이 긴 시간이 또 흐르고…
 
당신은 문득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곁에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목호가 앉아 있습니다.
 
당신 몫의 통조림을 까서 먹고 있네요.
 
목호:일어났나?
언제부터 여기 있었냐는 표정이군.
나야 늘... 곁에 있었잖아.
범위에 따라 애매해지나.
어떤 나까지 '진짜'로 헤아려줄 거지?
 
문득, 당신의 목소리가 트입니다.
 
이전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목호:청연. 네가 처음 먼저 나를 찾아왔을 때가 생각이 나.
모노두 인형을 안고 있는 네가, 정말로 귀여웠는데.
이제 그런 인형은 싫어하나?
 
괴물:...좋아해.
아직 인간이었을 적에는, 낡아버렸지만 여전히 침대 한 켠에 있었어.
지금은 어디로 갔는 지 모르겠지만...
 
목호:인간이었을 적을 말하는 게 아니야.
챔피언인 나와, 도전자인 너를 말하는 거야.
이런 얘기는 조금 당황스럽나?
그곳이 진짜라면, 지금의 나는 가짜로 느껴져?
 
괴물:모르겠어...
거기가 진짜가 되면, 그러면 나까지도 가짜가 되는 거 아냐?
그래... 차라리 그게 나을 지도.
그러면 이 모든 게, 단지, 싸구려 영화나 게임인 거로 괜찮잖아.
이 모든 게... 전부 내 탓이 아닌 거잖아.
 
목호:난 그런 건 싫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마저 가짜가 되어버리는 건.
난 언제나 진심으로 널 좋아했어.
저쪽 세계에 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장난스럽게 웃는다.)
 
괴물:내가, 네 청연이 아니더라도?
네가, 내...
...
 
목호:언제는 내 것이 되어준 것처럼 말하는군.
약속하지. 내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아.
목숨을 걸어도 좋다.
 
괴물:이제 그런 이야기는 싫어.
그냥, 여기서 이대로... 있을래.
 
목호:그럼 계속 기다리마.
네가 리그로 찾아올 때까지.
네가 내 파트너로 다시 일어서고 싶을 때까지.
 
괴물:그러다 계속 안 오면 어쩌게?
내가 도무지 그러기 싫으면?
 
목호:그럴 리 없어.
나는 알아.
너는 내 옆의 풍경이 보고 싶을 거다.
 
괴물:네, 그런 점이 싫은거야.
내가 여기서 더 뭘 할 수 있는데?
세상을 구하겠답시고 돌아다닌 게 도리어 너희를 죽인 꼴밖엔 되지 않았어.
아무런 도움도 못 됐다고.
쓸모없네.
 
목호:그렇지 않아.
뭘 더 할 수 있냐고 물었나?
다시 나를 찾아오겠다고 말해.
리그에 도전하고, 그리고,
내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해.
 
괴물:...
미안.
 
목호:그럼 느긋하게 조금 더 기다릴까. (당신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는다.)
옛날 이야기나 하면서 말이야. (옛날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네가 처음 도전했던 날도 생각이 난다.
 
괴물:넌 위로에 재능 없으니까 관둬.
 
목호:위로하고 있다는 건 알아줘서 다행이군.
 
괴물:넌 매번 위로랍시고 남 트라우마 위에서 춤이나 췄으니까.
이쯤 되면 알기 싫어도 알아야지.
 
목호:그거 기쁜데. 나에 대해 알아준다는 거 말이야.
 
괴물:나 그냥 혼자 있게 해주면 안 될까?
다시 잘래.
 
목호:그건 안될 것 같군.
넌 혼자 있으면 안 되는 유형의 사람이다. 이런 때에는 특히.
전처럼 술에 빠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괴물:하... 너 때문에 정신병자 된 건데 걱정도 해주고 고맙다.
여기 술이 어디있다고 진짜.
 
목호:다시 잠들지 마.
날 외롭게 만드는군.
 
괴물:넌 좀 외로워도 돼.
...언제까지 여기 있을거야?
 
목호:네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그때까지 기다려주마.
너는 외로워선 안되니까.
 
괴물:넌 질리지도 않아?
 
목호:무엇이?
 
괴물:...전부?
내가 실패만 하는 것도, 이렇게 구석에 쳐박혀서 칭얼거리는데 매번 와서 달래주는 것도, 나도...
 
목호:전혀.
널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기쁘게 느낀다.
넌 나에게 그런 존재야.
 
괴물:징그러운 자식.
...내가 또 실패해도, 이젠 진짜 몰라.
 
목호:그래도 괜찮다.
... 청연.
챔피언인 나도, 최강 인류인 나도, 혹은 또 다른 세계의 나도...
그건 전부 나였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너도....
그리워마지 않던 나의 파트너.
 
코인5
 
목호:결말까지 앞으로 한 걸음 남았으니까.
 
목호의 손끝이 닿는 순간, 흉측하던 신체의 말단부터 세포의 갈래가 나뉘며 교차되고,
 
또 얽히며 인간의 신체로 변합니다.
 
내장을 뒤덮고 수복하는 피부,
 
또렷한 눈동자,
 
원래대로 돌아온 모발,
 
겹쳐 잡은 손끝이 천장을 향합니다.
 
목호:너무 걱정하지는 마.
 
PRESS ANY KEY
 
닿은 자리부터 청연은 빨려들듯이 천장 안으로,
 
아니 밖으로 향합니다.
 
목호는 함께 가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목호:네가 나를 구했으니, 너는 내가 구할 거다.
 
RESTART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너무나도 잊기 쉬운 사실.
 
당신을 망치는 건 당신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지만,
 
당신을 구하는 건 소수의 깊은 인연입니다.
 
세계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한 작은 계기가 떠오릅니다.
 
아, 그래...
 
나는 그냥 당신이 이곳에 함께 살아있었으면 했구나.
 
광기 해제, 상실한 이성과 체력을 전부 회복합니다.
 
수백 명의 안드로이드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옵니다.
 
누군가가, 아니, 무언가가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목소리의 출처는 청연이 쓰러져있던 연구소 뒷편,
 
실험관들이 나란히 선 자리입니다.
 
가까이 걸어간 청연은 데로록 굴러가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GM:핸드아웃, 알파형 크리쳐를 공개합니다.
 
그리고 눈앞에는 모든 실험관의 입구를 여닫는 개폐 버튼이 있습니다.
 
청연:... 풀어줄까?
 
청연이 이를 누르면 모든 실험관들이 열리며 몇십 체의 크리쳐들이 탈출합니다.
 
그들은 일제히 당신의 앞에 몸을 숙이고 복종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모든 크리쳐들은 그 존재를 긍정받습니다.
 
지금부터는 함께 싸울 시간입니다.
 
허공을 빙글빙글 돌며 반짝이는 중앙 관리 체제가 보입니다.
 
상자가 절반으로 나뉘어 갈리며 푸른 빛을 내뿜자,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행성이 더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종말,
 
멸망,
 
세계의 끝이 다가온다는 절망,
 
패닉,
 
압도적인 공포,
 
가늠할 수 없는 긴장감이 안전지대에 내려앉습니다.
 
GM:EVENT. 직면이 발생합니다.
 
사격으로 쉴드를 파괴하기엔 지금 소지하고 있는 쌍수 무기는 사거리가 부족합니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탄환이 목표까지 닿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이라곤 보이지 않고, X 제약 회사는 반쯤 부서져 있습니다.
 
여기서 청연,
 
용기 판정
 
청연:
용기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용기 기능치의 이름이 직면으로 바뀝니다.
 
당신은 스스로를 직면합니다.
 
스스로의 정체를,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당신이라는 생명체를 받아들입니다.
 
그 존재를 긍정해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끔찍한 괴물도,
 
선망의 대상이 된 용사도,
 
평범했던 누군가의 파트너도 전부 당신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데까진 아주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청연이 자신의 존재를 직면한 순간, 체내의 크리쳐 세포가 박동합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되고자 하는 건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척추 시작부터 끝까지 날카로운 금빛 가시가 튀어나와 땅을 세차게 딛고 밀어냅니다.
 
당신의 몸은 단숨에 허공으로 떠오릅니다.
 
표적이 손에 잡힐듯 가까워집니다.
 
AOC 건물의 옥상을 보면 당신과 같은 타이밍에, 허공을 향해 총을 겨누는 목호가 보입니다.
 
검이, 혹은 탄환이 쉴드에 때려 박히고 청연은 가볍게 땅바닥을 딛고 앉습니다.
 
여태까지 알지 못 했던 경지가 보입니다.
 
당신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때마침 목호에게서 무전이 옵니다.
 
목호:쉴드 파괴 완료. 방해가 좀 있었지만 어떻게든 됐어.
그쪽은?
 
청연:뭐, 이쪽은 그럭저럭 괜찮았어.
아마도? 쉴드는 부쉈고.
 
짧게 연락을 주고 받던 중,
 
휴대용 기기가 탄환에 맞아 박살납니다.
 
청연:어이쿠.
 
총을 내려둔 제노가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옵니다.
 
부서진 잔해 위로 코트자락이 흩날리고,
 
저 너머에 뒤따라 오는 교주의 모습이 작게 보입니다.
 
쉴드가 부서졌음에도 중앙 관리 체제는 흉흉하게 빛나며 더욱 더 빠르게 행성을 이쪽으로 끌어옵니다.
 
미고가 준 특수 탄환이 없기에 파괴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모든 일을 막고 싶다면...
 
중앙 관리 체제와 연동된 제노를 살해해야 합니다.
 
WARNING : 전투 발생!
 
GM:최종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투는 제노와 청연의 1:1로 진행됩니다.
교주는 지켜만 볼뿐 참여하지 않습니다.
직면 판정에 성공한 청연은 크리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였습니다.
더이상 능력을 사용할 때 거부감은 없으며,
당신 안의 크리쳐 역시 기꺼이 당신에게 힘을 빌려줄 것입니다.
 
GM:얼음 방패와 눈의 검이 각각 +1D8로 상향됩니다.
 
제노:왜 이렇게 방해해요?
도움이 되고 싶다더니.
역시 거짓말이죠?
 
청연:거짓말 아냐.
너한테는 거짓말쟁이가 되긴 했지만...
화내지 마, 용서해 줘. 나, 정말로 네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으니까.
 
제노:그래요?
그럼 이번이야말로 날 죽여줄 건가요?
(총을 내던지고, 양팔을 벌린다.)
자, 뭐해요? 기회를 드릴게요!
 
청연:정말로, 내가 그러길 바라?
너한테 손을 댄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네. 네가 정말로... 지금도 그렇게 바란다면, 그래서 내가 그렇게 한다면...
나 엄청 상처받을 거야. 매일매일 울지도 몰라. 아마도 평생 나를 용서할 수 없겠지.
그래도 그럴까?
그렇게 할까?
그렇게 해서 너한테 도움이 될까?
 
제노:당신의 상처 같은 거 알 바가 아니야....
오로지 죽음만을 위해 당신을 불러오는 데 힘을 빌려줬어.
그런데, 이제 와서 방해하겠다고?
다시 난도질을 내드려야 할까요?
 
청연:네가 그렇게 해서 화가 풀린다면야.
어쩔 수 없네... 노력해볼게.
너를 죽이는 것도.
 
제노:지금 나를 막지 않는다면 나는 AOC 건물로 갈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보는 앞에서, 목호 씨를 난도질 내겠어요.
의욕을 좀 내보시라고요.
 
청연:네가 내 적이라는데 어떻게 의욕을 내?
너무 그러지 마, 울 것 같으니까.
하겠다고 했잖아.
그리고 그 자식 난도질 해봤자, 네 꿈자리만 뒤숭숭하니 안 좋을 걸?
화풀이는 나한테만 해. 난 다 받아줄 수 있으니까. (떼어낸 검을 가볍게 손 안에서 굴려 고쳐쥔다. 한숨처럼 가볍게 휘둘렀다. 평소처럼 굴기가 너무 어렵네.)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근거리 개량)
기준치: 75/37/15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제노: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2
 
당신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제노가 역으로 목에 단도를 꽂아 넣습니다.
 
숨 대신 피가 터져 나옵니다.
 
청연:윽, 쿨럭, 웩... (목을 틀어쥐고 주춤, 뒤로 물러난다. 어리광이 좀 맵네.)
 
제노:피해도 괜찮아요. 할 수 있다면.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9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9
 
청연: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근거리 개량)
기준치: 75/37/15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청연, 급하게 검을 들어올리지만,
 
제노의 공격을 막기에는 느렸습니다.
 
다시 한번 급소에 공격이 들어갑니다.
 
GM:청연,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청연:아, 진짜 아프다... 진짜 너무너무 아프다.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역시 우리 입장이 좀 바뀌었어야 일이 쉬웠을 것 같아.
내 동생이 이렇게 강하다...
 
제노:...
우리 입장이 바뀌었으면, 뭐가 좀 달랐을까요.
내가 아니었다면,
내가 아니었다면 무언가 더 나아졌을까요?
실버가 남기고 간 것들을 지킬 수 있었을까?
 
청연:음... 아마 나였으면 더 말아먹었겠지?
내가 하는 것마다 죄다 실패하더라고. (하하.)
그래도 너한테 죽어줄 수는 있었겠네.
 
제노:나에게 죽어준다, 라....
알아요.
이런다고 모두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싸구려 악역의 엔딩 쯤은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죠?
어차피 실버는 이런 저를 용서하지 못할 거고,
 
제노:죽음 뒤에는 지옥의 끝자락만이 반겨줄 텐데.
그럴 거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길동무로 삼을 뿐이에요.
그러면, 적어도...
그 인파 속에 묻혀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교주가 품에서 마도서를 꺼내 영창합니다.
 
제노가 검은 형체가 되어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인간의 모습을 잃고 괴로운 듯 울부짖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될 수도 있었던, 혹은 목호가 될 수도 있었던 이야기.
 
이성 판정, 1/1D2
 
청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1
 
)
 
=
1
 
GM:전투가 재개됩니다.
핸드아웃, 징벌자 제노를 공개합니다.
 
청연:내가, 정말로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 고작 이거라고...
벌을 받을 거라면 나만 받으면 되는 거잖아.
...미안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피해: 18
 
제노:
비무장
기준치: 95/47/19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9
단죄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제노, HP -7, 대미지 +7.
청연, 세 번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청연:이거, 네가 기억 못 하면 좋겠는데...
목호도 모르면 더 좋을거고.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1
눈의 검
rolling 1d8
 
(
4
 
)
 
=
4
 
제노:
비무장
기준치: 95/47/19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9
단죄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제노, HP -7, 대미지 +7.
청연, 네 번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청연:결국 버티기 밖엔 못 하네. 이거라도 제대로 해볼 테니까 너무 화내지 마.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눈의 검
rolling 1d8
 
(
8
 
)
 
=
8
 
제노:
비무장
기준치: 95/47/19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0
 
청연의 공격이 적중합니다.
 
검은 형체가 크게 울부짖음에 땅이 떨립니다.
 
이윽고 그것이, 쿵, 하고 무너집니다.
 
청연, 징벌자를 치우는 데 성공합니다.
 
당신의 손으로.
 
청연:...
네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제노였던 생명체는 바닥에 쓰러져 천천히 흩어집니다.
 
듣기 판정
 
청연: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미약한 흐느낌 속에서 군데군데 들리는 사람의 언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제노:실, 버...
나도, 데려가... 곁에, 있게...
파트너... 잖아.......
 
마침내 흩어져 사라집니다.
 
사로잡혀 괴로워하던 동료는 당신의 손으로 끝냈습니다.
 
실버도, 제노도 분명 당신에게 고마워할 거예요.
 
뒤를 돌아보면, 교주였던 존재는 제노의 폭주에 휘말려 사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그토록 심한 짓을 저지른 존재.
 
그 기반에는 무한한 동경과 열망이 있는.
 
...
 
제노가 소멸해도 중앙 관리 체제는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 하늘은 거대한 행성으로 가득찬 상태입니다.
 
정신력 판정
 
청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목호가 체제와 연동되었던 건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과거의 사실을 일부 기억해냅니다.
 
그렇다면, 미고의 도움이 없는 지금
 
저걸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오데트를 업은 콘라드가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콘라드:상황은 어떻습니까? 막을 수 있겠어요?
 
청연:으음, 아니. 실패인가 봐.
어쩌지? 제대로 하는 게 없네. 미안해.
 
콘라드:아...
 
그때, 오데트가 콘라드에게 내려달라는 제스쳐를 취한 뒤 천천히 내려옵니다.
 
그는 그것조차 숨이 찬 듯 한참을 헐떡거립니다.
 
바닥이 난 생명력과 변해버린 외형은 분명
 
청연을 원래 있던 차원에서 이쪽 세상으로 끌고 오느라 능력을 추출, 변형 및 확대하면서 일어난 비극이었습니다.
 
오데트:상황은 조사 보고랑 드론 촬영으로 대충 들었어.
크리쳐가 존재하는 세계라면 어디서도 멸망의 법칙은 깨지지 않았고,
당신은 여기 사람이 아니라는 것까지.
... 어쩌면 해결 방안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멸망의 법칙은 깨지지 않았다는 말,
'크리쳐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다르다는 거잖아.
 
오데트:그곳에 모든 답이 있겠지. 그리고...
 
무언가 설명하려는 듯 입을 열던 오데트는,
 
문득 다시 입을 닫고 침묵을 지킵니다.
 
오데트:... 기억 나? 원래 있던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있었던 일.
 
그 말에 기억을 되짚어봅니다.
 
당신에게는 전편의 특전으로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청연:음, 잠깐만... 워낙 이런저런 기억이나 일이 많아서. (여기 와서도 장난 아니었지. 잠깐의 기억 되짚어보기 시간이 있겠습니다...)
 
오데트는 청연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합니다.
 
오데트:그쪽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 말에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말은 이어집니다.
 
오데트:이곳 사람도 아닌 당신이 여길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할 필요는 없어.
누군가를 구하고, 돕고, 살리는 것은 의무가 아니고,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지.
세계 멸망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당신 그 자체.
 
그리고 오데트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오데트:당신을 불러온 건 나의 능력이니, 돌려보내는 것도 내가 해야 마땅해.
그러니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선택을 해봐.
 
콘라드:오데트, 더 이상 능력을 쓰면...
 
그 말을 들은 콘라드가 사색이 되어 말리지만,
 
오데트:이건 내 권리, 그리고 내가 정하는 마지막이야.
 
오데트는 강경합니다.
 
오데트의 능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청연도 단 한 군데 밖에 고를 수 없습니다.
 
청연, 선택의 시간입니다.
 
이 순간에도 행성은 다가오고,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발목을 잡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디에서, 누굴 위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 가겠습니까?
 
아니면 더 머나먼 곳으로 떠나겠습니까?
 
당신의 고향, 당신이 있던 세계는,
 
이 세계보다 시간이 아득하게 많이 흐른 곳,
 
멸망했다는 증언까지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그곳에서 끌려오게 되었는지, 정확한 정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곳에 아직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뿐.
 
더욱 더 머나먼 곳,
 
청연은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크리쳐라는 매개를 접한 모든 문명이 스러지고 멸망하는 이유를 찾아내고,
 
그 모든 차원을 구해낼 수 있는 사람이 당신 외에 또 있을까요.
 
운명은 끊임없이 박동합니다.
 
돌아가봤자 멸망하는 세계라면, 모두를 구할 수 있도록.
 
청연:...실패해도, 괜찮다고 하더라고.
널 희생해서 돌아가 봤자 괜히 잠자리만 뒤숭숭해지지.
나 때문에 또 누군가가 희생하는 건 싫네.
 
오데트:어차피 이 세계는 멸망해.
그러니 나는 당신 때문에 희생하는 게 아니야.
이건 내 결정.
내 의지.
 
청연:하... 너네는 진짜 뭐가 문제냐?
이젠 화낼 기운도 없다.
그러면 뭐, 선택지랄 게 따로 있나?
영웅 노릇이나 더 연장해 볼게.
 
오데트:응. 당신의 뜻, 잘 알겠어.
새로운 좌표를 찾아,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뚫고 나가야 해.
나는 한없이 약해져 있으니까...
... 안타깝지만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어.
 
창백한 안색으로 잠자코 있던 콘라드가 자신의 손을 내밉니다.
 
콘라드:나를 써.
오데트, 그게 네가 고른 정답이라면 전적으로 너를 믿을게.
 
오데트가 적막을 지키다 대꾸합니다.
 
오데트:둘로도 부족할 거야. 차라리 뭔가 다른 대책을...
 
그때, 구석에 숨어있던 어떤 사람이 손을 듭니다.
 
“저기, 여태까지 지켜봤는데요, 저라도 괜찮으면 써주지 않으실래요?”
 
아주 평범한,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당신이 싸우는 거 계속 숨어서 지켜봤어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사람의 말을 끝으로, 우물쭈물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대피소에서 빠져나옵니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으니까, 내 목숨 하나로 끝난다면…….”
 
“정말로 구해주시는 거죠? 정말이죠……?”
 
“어차피 멸망 때문에 죽을 거라면 걸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주변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오데트는 주변을 둘러보곤 고개를 작게 젓습니다.
 
오데트:아직 부족해.
청연 씨는 안전 지대의 테러로 소환됐으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겠지?
 
그때, 안드로이드들이 걸어옵니다.
 
청연:야. 나 그거 트라우마야.
 
진압용 인력인가 싶어, 경계해 총을 들어도 그들은 빈손입니다.
 
그들은 전부 생전의 기억이 있는 고인의 안드로이드들입니다.
 
“이야기는 다 들었습니다. 부디 저희의 전력도 써주세요.”
 
“어차피 제노 씨의 명령에 의해 원치 않게 많은 사람들을 해친 몸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종교에 속했던 사람들 일부가 아주 조금씩 나옵니다.
 
“저희는 그저 당신을 존경한다는 이유만으로 종교에 들어갔으나, 뜻이 맞지 않아 테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미력하게나마 저희 단체가 속죄하게 해주세요.”
 
좋게 말하자면 헌신적인 희생양, 나쁘게 말하자면 자살 희망자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당신을 믿고 뒤를 잇습니다.
 
후세가 존재한다면, 그들 역시 영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오데트가 문을 천천히 엽니다.
 
하나 둘씩 바닥으로 쓰러져, 곧 A시의 거리는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시체들로 가득 찹니다.
 
허공에 반짝이는 선이 긴 직사각형을 이루고, 짙은 나무색의 문짝이 달립니다.
 
손잡이는 정교하고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문이 완성되었을 때, 거리에 남은 사람은 오데트와 청연 둘 뿐이었습니다.
 
오데트:크리쳐라는 매개가 곧 멸망으로 이어지는 이유를 찾아.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
 
입가에서 피가 흐릅니다.
 
오데트는 당신을 향해 한 번 웃고는, 콘라드의 옆으로 천천히 눕듯 쓰러집니다.
 
이제 당신은 홀로 남았습니다.
 
문을 열까요?
 
청연:또, 혼자네.
...뭐야, 혼자 두지 않겠다며.
거짓말쟁이.
(허탈하게, 한숨처럼 작게 웃는다. 하지만 할 일은 변하지 않으니까, 겨우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연다.)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순간,
 
청연은 깨닫습니다.
 
이 문, 힘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는 데다가 곧 사라질 것입니다.
 
정신력 판정
 
청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무생물의 에너지원을.
 
허공에서 빛나며 행성을 끌어당기는 중앙관리체제.
 
비록 저걸 이용한 사람은 반드시 파멸을 맞이했지만,
 
이 상황에 이것보다 더 적합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문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이제 없는 지금,
 
청연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자, 중앙 관리 체제를 받아들이고 문을 열겠습니까?
 
아니면 마지막 남은 존엄성을 선택하겠습니까?
 
청연:하, 다들 이렇게 어쩔 수 없었구나.
내 어깨에 얹힌 목숨이 몇 개인데, 나 혼자 도망칠 수 있겠어?
존엄성 같은 거 사라진 지가 언젠데, 당연히 문을 열어야지.
 
GM:... 계약의 시간입니다.
 
당신은 한쪽 눈을 바치고 중앙 관리 체제의 소프트웨어를 그 자리에 이식해야 합니다.
 
GM:마력 -10.
계약이 성사됩니다.
 
손바닥 위를 구르던 눈알이 푸른 빛과 함께 허공으로 떠오릅니다.
 
그 빛은 중앙 관리 체제와 이어지고,
 
복잡한 형태의 사각형 기계는 모습을 재조합해 빛나는 작은 구체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청연의 정신과 중앙 관리 체제가 연동됩니다.
 
아자토스의 정신 침식이 시작됩니다.
 
머릿속으로 중앙 관리 체제의 연산이 밀려 들어옵니다.
 
이성 판정, 1D100/1D200
 
청연: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00
 
(
30
 
)
 
=
30
 
GM:자동으로 지능 판정에 성공합니다.
 
광기: 악인이 시작됩니다.
 
새하얗게 빛나는 빛의 기둥 속,
 
입고 있던 제복의 바람막이가 겉부분부터 녹아내려 길게 늘어집니다.
 
그 기장과 모습은 마치 새카만 코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흐릿해진 정신 너머로,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체가 보입니다.
 
그들은 분명히 당신의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목호가 당신의 앞에 있습니다.
 
먼 거리를 달려 온 듯 땀에 젖은 채로 이 상황을 황망하게 지켜봅니다.
 
만약, 되살릴 수 있다면.
 
상처 주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운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시야의 절반이 노이즈 낀 것처럼 혼탁하고 역겹습니다.
 
바닥에 제노가 착용했던 안대가 떨어져 있습니다.
 
이걸 쓰면 시야에 익숙해지는데 한결 편해질 것 같아요.
 
목호:청연,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네가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어?
말 좀 해봐. 설명 좀 해줘, 어서...
전부 네가 이런 건가?
아니지...?
 
문이 열립니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헤어져야 함을 직감합니다.
 
또한, 광기: 악인이 발동되어
 
이곳의 목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할 이유를 잃습니다.
 
목호:어디 가는데, 잠깐...
대답해!!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청연은 문 너머로 걸어 들어갑니다.
 
이 아득한 순례의 처음과 끝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괴물예찬론.
 
───────  ───────
 
청연은 차원의 틈바구니에서 당신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어떤 기분이신가요? 이제 정말 당신은 한 차원의 위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제 필요 없는 것은 제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청연:...필요 없는 것?
 
GM:청연, 이곳에서 로스트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트가 지급됩니다.
 
가장 강력한 크리쳐, 그리고 인간인 당신은 아자토스의 능력을 고스란히 받아냅니다.
 
그 어떤 중앙관리체제의 주인들 중에서도 가장 완벽하게 융합을 해낸 끝에, 새로운 신화생물이 탄생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아자토스로 완전히 변하고 생각까지 물드는데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당신에겐 사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여유는 괜찮겠죠.
 
허공에 있는 수백 개의 문들 중에서 익숙한 모양의 문이 보입니다.
 
두 사람의 집, 크리스마스 리스가 달린 현관문입니다.
 
따스한 온기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입고있던 옷은 어느덧 크리스마스 니트로 바뀌어 있습니다.
 
청연:어쩌지, 선물 뭐 할 지 생각 안 했는데...
 
거실에서는 TV 소리가 들리고,
 
탁자 위에는 따뜻한 컵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래야 한다고 정해진 것처럼 컵을 들고 문 밖으로 나옵니다.
 
시시한 클리셰 영화의 일부가 흘러나오고, 목호는 소파에서 자고 있습니다.
 
홀린 듯이 자다 깬 그가 이쪽을 쳐다봅니다.
 
놀란듯한 표정이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창문 밖을 봅니다.
 
창문 밖에는 청색의 눈이 빛나고 있습니다.
 
수십, 수백 개의 세계선,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같은 운명을 주고 받으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러니 이건 당신이 두고 온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3부의 그 부분.
 
당신은 목호가 이 문 밖을 나가면 어김없이 괴로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청연:일어났어?
영화가 재미없었나 보네. 네가 보다가 잠들기나 하고.
 
목호:... 영화라고?
아니, 나는...
....
나가봐야 할 것 같다.
 
목호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청연:왜? 아직 케이크도 안 먹었잖아.
내가 무슨 선물 준비했는지도 안 봤고.
파티는 이제 시작인데, 재미없게...
 
목호:해야 할 일을 잊은 기분이야.
정말 중요한 일 말이다.
그러니까... 미안. 파티는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하지.
 
청연:네가 잊었으면 그다지 중요하진 않은 일이겠지.
오늘 정도는 쉬어도 괜찮아.
밖에 눈보라도 치는데... 모처럼의 파티잖아.
아니면, 나랑 파티하기 싫어? (삐죽.)
 
목호:(삐죽 오리 입을 본다. 조금 흔들리나 싶다가도,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미안하다, 그건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을 잃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목호가 문 앞에 섭니다.
 
떠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말이 있나요?
 
청연:후회할 걸.
 
목호:... 그래도,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목호가 문 손잡이를 돌립니다.
 
목호:다녀오마.
 
청연:끝까지 도망치진 않는 구나.
그래, 너는 그런 사람이었지...
 
센서등이 밝아지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꺼집니다.
 
크리스마스 조명이 반짝이는 방에 당신은 혼자 남겨졌습니다.
 
그저, 혼자.
 
새카만 코트를 입은 사람이 돌아봅니다.
 
그 사람은 당신입니다.
 
자, 이제 남은 시간은...
 
─────── END. ───────Time limited
 
GM:청연 로스트?
3부로 이어지는 결말입니다.